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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전문기업 1호 조현정의 비트컴퓨터, 4년 연속 역성장…IT 교육·의료정보사업 부진

이종현 기자
ⓒ비트컴퓨터
ⓒ비트컴퓨터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병의료원에서 사용하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 비트컴퓨터가 4년 연속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다. 2019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다. 작년에는 지난 4년간 가장 큰 폭으로 매출이 줄었다.

비대면진료 허용에 따른 헬스케어 시장의 개화가 예상되지만 국내 1호 벤처기업이자 테헤란밸리입주 1호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첫번째 타이틀을 가진 비트컴퓨터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건이다.

비트컴퓨터는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액 334억원, 영업이익 62억원, 당기순이익 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4.7%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1%, 13.6% 늘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비록 매출이 줄긴 했지만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늘어났다. 실제 비트컴퓨터의 영업이익 규모는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2019년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다. 비트컴퓨터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9년에는 매출액 385억원, 영업이익 64억원, 당기순이익 7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매출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컴퓨터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1.5%, 4.1%, 3.5%, 4.7%의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385억원이었던 매출은 13.3% 줄어든 334억원까지 줄었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쟁력 하락한 IT 교육 사업…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

의료 IT 시장은 꾸준히 커지는 중이다. 전자의무기록(EMR)을 도입하지 않는 병원은 없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규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인 만큼 비트컴퓨터의 부진을 ‘시장 둔화’로 볼 수는 없다.

실제 비트컴퓨터의 핵심 사업인 의료정보사업의 경우 일정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트컴퓨터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의료정보사업에서 281억원, 273억원, 269억원, 280억원, 27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상승·하락이 반복되긴 했지만 꾸준히 매출 감소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부침을 겪는 것은 비트컴퓨터가 추진하고 있는 IT 교육 사업의 축소 탓이다. 비트컴퓨터는 1990년 IT 개발자를 육성하는 비트교육센터를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의료정보사업에 이은 부사업이 IT 교육 사업이다.

비트컴퓨터의 IT 교육 매출은 2023년 42억원으로, 2019년 94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13년 IT 교육 매출이 4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0년만에 과거로 회귀했다.

비트컴퓨터의 IT 교육 매출이 꺾이기 시작한 2020년은 코로나19로 대대적인 개발자 붐이 일었던 시기다. 2020~2021년 IT 개발자들의 몸값이 ‘금값’이 됐고 이에 따른 교육 시장 역시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해당 기간 비트컴퓨터의 IT 교육 매출은 되려 감소했다.

매출이 줄어든 데는 우아한형제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이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팀스파르타, 엘리스그룹, 인프랩 등 IT 교육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시장에서 지위가 하락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챗GPT의 달리 기반 '이미지 제네레이터'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의 달리 기반 '이미지 제네레이터'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제자리 걸음’ 의료정보사업도 안심 못해

IT 교육 사업에 비해 선방 중인 의료정보사업이라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경쟁자가 우후죽순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트컴퓨터는 EMR 시장에서 유비케어에 이어 2위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다만 유비케어와의 격차는 상당하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유비케어의 점유율이 비트컴퓨터의 2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이치디정션, 메디블록 등 의사 출신 대표를 둔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업용 소프트웨어(SW)인 전사적자원관리(ERP)로 잔뼈가 굵은 더존비즈온도 EMR 시장에 진출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클라우드 EMR 도입률이 높아지면서 신규 기업들의 진출이 한층 쉬워진 상황이다.

또 비트컴퓨터는 대형 병원 위주의 병원정보시스템(HIS) 사업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병원 HIS 사업은 발주했다고 하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사업인데 이지케어텍, 평화이즈, 휴니버스글로벌 등이나 시스템통합(SI) 기업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EMR 연동 비대면 진료’ 앞세우지만…

비대면 진료 확대는 비트컴퓨터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현재 의대 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던 비대면 진료를 지난 2월 전면 확대했는데, 업계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시장에서 비트컴퓨터는 ‘후발주자’다. 닥터나우(2020년), 닥터콜(2020년), 나만의닥터(2021년), 굿닥(2022년) 등 코로나19 전후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대거 등장했는데 비트컴퓨터는 2023년 9월에서야 ‘바로닥터’를 선보였다.

비트컴퓨터는 EMR과 연동 가능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실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재진이나 처방 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EMR 시스템과의 연동이 필수다. 하지만 폐쇄적인 EMR 시스템으로 인해 연동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EMR 시장 2위인 비트컴퓨터가 EMR 연동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제시하는 배경이다.

다만 정부가 비대면 진료 확산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비트컴퓨터가 가진 비교우위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정부는 의료정보 활용을 늘리기 위한 건강정보 고속도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의료 마이데이터도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정보와 EMR에 대한 표준화도 이뤄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시장은 아직 첫걸음도 못 뗀 상황이다. 후발주자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한 경쟁자가 적지 않다. 수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비트컴퓨터가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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