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박대리보고서] K-배터리 공장 가동률 '뚝' 떨어졌다…IRA 뚫는 中 소재업체

고성현 기자

배터리⋅소재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박대리>가 지난 이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독자들을 위해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박대리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 공장 [ⓒ솔루스첨단소재]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 공장 [ⓒ솔루스첨단소재]

솔루스첨단소재, 북미 고객사 전지박 공급 확대에 '활짝'…전년비 4.5배 늘었다

솔루스첨단소재가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다. 수년간 공들여 온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전지박) 사업이 올해 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특히 전지박을 직납하고 있는 테슬라로의 물량이 늘면서 전지박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의 올해 초~4월 북미 고객사로 향하는 전지박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물량과 비교해도 2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전지박은 배터리 음극활물질을 감싸는 구리박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6~8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얇은 하이엔드 전지박을 생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해 전체 전지박 판매 물량 중 13% 가량을 북미 고객사로 납품해왔다. 그러다 올해 1~4월 이 비중이 60%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전지박 매출은 46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2%, 전분기 대비 25.5%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물량 확대에 따라 지난달 기준 헝가리 전지박 공장의 월 출하량은 처음으로 1000톤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된다.

솔루스첨단소재의 북미 고객사 전지박 물량은 대부분 테슬라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국내 전지박 제조사 중 유일하게 테슬라에 전지박을 직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럽을 중심으로한 전기차 수요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 테슬라향으로 동사의 전지박이 독점 공급되는 것이 성장의 주원인"이라며 "솔루스첨단소재는 국내 셀 업체 매출 비중이 대부분이었으나, 테슬라향 비중이 늘어 최근에는 전체 매출의 50%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LG에너지솔루션]

K-배터리 공장 가동률 '뚝'…심화하는 '유럽 부진'

올해 1분기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공장 가동률이 50∼60%대로 뚝 떨어졌다.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주문이 줄어든 탓이다. 그중에서도 유럽 시장 수요 둔화는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라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국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 축소하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유럽 최대 전기차 수요 국가인 독일은 지난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전기차 보조금 예산안이 위헌이라고 판결, 돈줄을 묶은 탓이다. 이에 당초 올해 말까지 지급될 보조금은 지난해 부로 종료됐다.

보조금이 끊긴 탓에 올해 전기차 판매량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독일연방자동차청(KBA)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3월 신규 등록된 전기차수가 총 3만1400대로 지난해 동월보다 29% 감소하는 등 전기차 판매가 급감 중이다.

프랑스는 탄소 배출량 산출 방식에 따라 점수를 매겨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새로운 규정을 내놨다. 이 같은 신규 보조금 지급 정책에 따라 유럽 외 국가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차 상당수는 지원을 받기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유럽 전기차 성장률도 크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유럽지역의 전기차 판매량을 360만대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9% 늘어날 전망이지만 2023년 성장률 1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유럽 내 전기차 수요 둔화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배터리 3사 모두 유럽 전기차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배터리 3사의 공장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는데, 이 중심엔 유럽 완성차 기업이 재고 조정이 있다.


업무협약을 체결한 CNGR과 엘앤에프. 토니 타오 CNGR CEO(가운데 왼쪽)와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부회장)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엘앤에프]
업무협약을 체결한 CNGR과 엘앤에프. 토니 타오 CNGR CEO(가운데 왼쪽)와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부회장)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엘앤에프]

엘앤에프, CNGR과 LFP 시장 협력…美 IRA 대응

엘앤에프가 중국 CNGR과 리튬인산철(LFP) 전구체 수급을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중장기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모로코 내 CNGR 전구체 공장을 통해 전구체를 수급받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협약으로 양사는 LFP 전체 공정 공급망 및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한 포괄적 협력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LFP 양극재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모로코는 신흥 배터리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 권역 국가다. 유럽연합(EU)은 물론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어 IRA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보세구역이 모로코 왕실 국부펀드, 지주사인 알마다의 합작투자로 최대 배터리 산업복합단지로 떠오른 상황이다.

엘앤에프와 CNGR은 IRA 대응을 위해 수년간 논의를 거쳐왔다. 엘앤에프는 이 협약 역시 그동안 이어왔던 장기 협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엘앤에프는 최근 미국 LFP 배터리 기업인 아워넥스트에너지(ONE)에 LFP 양극재를 공급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CNGR과의 협력으로 ONE 등에 납품할 양극재의 중간재 수급에 대응하고, 새만금에 건설한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을 통해 NCM 전구체를 수급 받는 이원화 전략에 나설 계획이다.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공장 전경 [ⓒSK온]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공장 전경 [ⓒSK온]

'IRA 나비효과'…SK온, 韓 대신 中 음극재 비중 확대 검토

SK온이 중국 업체로부터 받는 음극재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달 초 공개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최종 가이던스 발표로 흑연에 대한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규제 적용이 유예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업계의 음극재 투자가 초기 단계인 만큼, 중국 업체로의 수급으로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28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온은 포드 합작법인(BOSK), 현대차 합작법인 등에서 생산할 차기 배터리 프로젝트에 BTR의 천연흑연 음극재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인조흑연 음극재로만 채택했던 수급을 천연흑연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BTR의 음극재는 올해 말과 내년 사이 신규 양산될 배터리 채택이 예상된다.

BTR은 중국 바오안 그룹 자회사로 글로벌 음극재 시장 1위 기업이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국내 배터리 3사에 천연·인조흑연 음극재를 납품하고 있다. SK온과는 함께 중국 현지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다각도 방면에서 협력해온 바 있다.

당초 SK온이 짓고 있는 미국 현지 법인에는 국내 기업 소재 채택 가능성이 높았다. IRA에 따라 중국산 핵심원료를 사용할 경우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데다, 중국 기업이 FEOC에 지정될 우려도 있어서다. 현재 가동 중인 조지아 독자 공장 역시 국내 기업과 BTR로부터 받는 등 음극재 수급처를 다변화한 상태다.

그러다 이 달 말 IRA 30D·FEOC에 대한 최종 가이던스로 인해 기류가 변했다. 흑연계 음극재, 전해질 염, 전극 바인더 등 일부 소재가 '현실적으로 추적 불가능한(Impracticable-to-trace)' 광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FEOC 규정 적용도 2년 연기되면서, 2026년 말까지 중국 업체로부터 수급이 가능해졌다.


포스코퓨처엠 광양 사업장.
포스코퓨처엠 광양 사업장.

광물가 하락⋅N65 수요부진…'N8x 전환' 대응하는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이 수요가 부진한 양극재 N65 라인을 줄이고 북미 중심으로 수요가 강한 'N8x'로 전환을 추진한다. 광물 가격 하락 등 영향으로 양극재 사업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여전히 수요가 많은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복안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광물 가격 하락으로 국내외 대다수 양극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양극재 기업들은 배터리 셀 기업에 메탈가-판가 연동 계약을 맺는데, 양극재 판매 가격은 납품 당시 원자재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광물 가격이 내려가면 판가가 함께 떨어지는 구조다.

통상 양극재 기업은 3~6개월 전에 구매한 원자재를 사용한다. 결국 리튬 가격이 내려갈수록 비싸게 산 원자재로 만든 양극재를 싸게 팔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리튬 가격 하락은 양극재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제품군은 리튬 코발트 산화물(LCO)을 기본, 니켈 등 원소를 추가한 삼원계로, ▲NCM-6x (니켈 비중 60%) ▲ NCM-8X (니켈 비중 80%) ▲ NCMA (니켈 비중 80%⋅알루미늄 추가) 등으로 나뉜다.

이중 NCM-6x에 해당하는 'N65' 제품은 최근 수요가 크게 부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N65 제품은 유럽 고객사를 중심으로 수출되고 있었는데, 유럽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며 유럽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의 주문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N65 재고가 쌓이며 평가손실로 인식, 포스코퓨처엠은 실적 전반을 끌어내리기도 했다.


솔루엠 30kW급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모듈. [ⓒ솔루엠]
솔루엠 30kW급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모듈. [ⓒ솔루엠]

'전기차 충전 모듈 중국산 대체 '활짝'…솔루엠, '미국⋅유럽' 판매 인증 취득

솔루엠이 국내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모듈 제조사 최초로 미국, 유럽, 판매 인증을 모두 취득했다.

솔루엠은 30일 앞서 국내 최초로 CE(유럽 판매 인증)를 취득한 30kW급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모듈에 대해 UL(미국 판매 인증)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30일 밝혔다.

UL은 미국의 대표적인 인증 기관으로, 전기·전자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하여 국가별 규격을 충족한 제품에만 판매 인증을 부여한다. 요구사항이 엄격할 뿐 아니라 인증 절차가 복잡하기로 유명하며, 인증 후에도 철저한 사후 관리를 제공해 미국 내 신뢰도가 높다.

이로써 솔루엠은 국산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모듈의 유럽 수출 길을 개척한데 이어 미국이라는 또 다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첫 이정표를 세웠다. 솔루엠이 국내 최초 타이틀로 얻음으로써 미·중 간 관세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중국산 부품을 대체할 필요가 커졌다.


포스코씨앤지알솔루션 로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씨앤지알솔루션 로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그룹, 中 CNGR과 니켈·전구체 공장 착공…2026년 가동

포스코그룹이 전구체 점유율 세계 1위인 중국 CNGR과 손잡고 포항에 이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생산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대표 백계주)과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는 5월 31일 포항 영일만4산업단지에 각각 니켈 정제공장과 전구체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와 CNGR이 각각 6:4 지분으로 설립한 니켈 정제법인이다.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는 포스코퓨처엠과 CNGR이 2:8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전구체 생산 법인이다.

이번에 착공한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의 니켈 정제공장은 CNGR 니켈 제련법인으로부터 순도 70% 수준 중간재인 니켈매트를 들여와 순도 99.9%의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을 생산할 예정이다. 니켈 정제공장의 고순도 니켈 생산 규모는 순니켈 기준 연산 5만 톤이다. 전기차 약 12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이날 함께 착공한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의 전구체 공장은 연산 11만톤 규모로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 고순도 니켈을 이용해 전구체를 생산한다. 또 포스코퓨처엠은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가 생산한 전구체를 활용해 양극재를 생산하는 등 전구체의 내재화율을 높일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전경.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전경. [ⓒ포스코퓨처엠]

중국산 줄고 중국 업체 비중 늘었다…韓-中 소재 협력, IRA FEOC 뚫나

원산지가 중국인 배터리 원료·소재를 수급받는 사례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중국 업체로부터 받는 비중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소재에 대한 중국 업체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는 방식을 택하고 이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 IRA에 따른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지정 결과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FEOC 요건상으로는 현재 택하고 있는 합작법인(JV) 전략에 문제가 없지만 요건에 대한 모호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 개입의 범위를 한정짓기 어려운 데다 대선에 따른 변동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지분 확보·납품 권역 확대 등 다양한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31일 포스코그룹은 중국 CNGR과 합작한 니켈 생산 법인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 전구체생산법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의 착공에 돌입했다. 이번 착공은 지난해 6월 체결한 합작투자계약(JVA)에 따른 일환이다.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는 포항 영일만4산업단지에 각각 연산 5만톤, 11만톤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M) 등 조성으로 혼합된 금속소재다. 배터리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중간재 역할을 한다. 양극재 원가의 약 60%에 달하는 핵심 원료지만, 원료 조달·생산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며 가공마진이 낮은 축에 속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낮은 인건비 등 이점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전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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