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날로 편해지는 디지털 시대, 정체성 찾기가 중요한 이유
현대 사회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도에 맞춰 순응하며, 마치 잘 다져진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처럼 적응해 왔다. 초연결 시대에 성공을 쟁취하려는 사람들은 '능력'이라는 키워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많아졌지만, 이러한 기회는 오히려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경쟁과 대결의 논리로 단순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정체성의 근본적 질문에 만족스러운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폴 고갱의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and Where are we going?' (1897) 작품의 철학적인 제목처럼 우리는 미술에서건 음악에서건 끊임없이 자신과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
‘워낭소리’의 작가 양승언은 아파트를 버리고 도시를 떠나 남도의 먼 숲으로 갔다. 그는 시장 자본주의와 도시 문명의 강박을 떠나 인간 본연의 순수 감정을 회복하고, 최소한의 소비와 적절한 노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회복하려 했다. 시장 자본주의와 문명 일변도의 삶을 검증하고 비판하며 인간다운 삶의 대안을 찾아 문학작품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다. 양승언은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여기서 무엇인가?'라는 자아를 확인하고 자신의 삶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행과 대세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복잡다단한 최첨단 시대에, 편리함을 뒤로하고 순수한 자연의 품에 안겨 문명 일변도의 삶을 검증하고 비판하며 자아를 확인하고 맑은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시도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작가가 언급하는 '자아를 찾는다'라는 것은 딱 부러지게 시발점과 종착점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생 찾아야 하는 숙제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찾는 것이 자본문명의 병폐에 대한 맑은 대안을 찾는다는 소설가의 명분과 같지 않더라도, 보편적 선을 찾아가는 정답이 없는 숙제인 것은 동일하다.
각자 자기의 생각과 입장에서 행복의 가치와 만족도가 정해지며 삶의 방향도 만들어진다. 그러나 모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질만 소유하려 한다면 물질적 존재로만 될 뿐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그 욕구 충족을 위해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삶의 균형을 수없이 잃게 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의 변별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특정 상황에서 타인과 자신을 구별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한다고 한다. 차이 자체를 본질화하기보다는 차이가 사유되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비판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서 볼 수 있는 주체적 시각의 훈련이 필요하다. 타인과 자신을 구별할 때 열등감 속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이상적인 자아를 찾아가는 데미안을 만나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한 공동체를 이루는 우리는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격을 갖추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정보의 신뢰성 문제, 정체성 혼란과 자존감 저하, 사이버 괴롭힘 등 여러 부정적인 요소가 양날의 검처럼 존재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청소년기 학생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페르소나를 유지하다 보면, 진정한 자신을 잃고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외부 세계에 맞춘 페르소나가 내적 자아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진정한 자아를 숨기고 사회적 기대에 맞추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입되는 정보들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유지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들은 자아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질적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에게 꿈과 가치관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 물질적 성공만을 강조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들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쏟아지는 지식을 나만의 지혜로 내면화할 수 있도록 스스로 성찰하는 멈춤을 연습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전례 없는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 편리함 속에서도 우리는 자아 정체성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성의 회복과 주변화되었던 학습자를 차별 없이 함께 갈 수 있는 공존의 가치를 중시하며,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조화롭게 융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디지털 혁신과 인간성의 조화를 이루며, 우리 각자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 칼럼니스트 조은희(조은희의 조은국어 소장/ 조은국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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