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강세' 타는 낸드 …미소 짓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확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활기를 띄우고 있다. D램 패키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높아진 데다,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던 낸드플래시의 회복세까지 이끌고 있어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30조288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24조7500억원) 대비 22.4% 상향한 것이다. 다만 모건스탠리의 전망은 국내 증권사의 평균 예상치인 약 27조원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기대 실적이 상향된 것은 D램 부문 중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범용 D램에 대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현재 시장에서는 높은 AI 수요에 따라 HBM에 투입되는 D램이 늘어난 반면, 범용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범용 D램 수요가 늘어난다면 그만큼 가격이 상승하면서 메모리 제조사가 이익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낸드 관련 이익 조정치가 크게 상향됐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의 낸드 영업이익을 7조6350억원에서 10조6740억원으로 39.8% 높여 잡았다. 이에 따른 낸드 영업이익률도 기존 29.7%에서 37%로 7.3%포인트(p)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당초 낸드 시장은 지난해 IT 전방산업 부진 여파로 생산량,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악재를 맞이한 바 있다. 또 견고한 HDD 비중, AI 시장에서 후순위로 밀린 탓에 D램 대비 업황 회복세가 더디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 초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면서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와 낮은 소비전력을 요구하는 고객사가 늘어난 덕이다. 특히 학습 중심어었던 AI 시장이 추론용으로 전환되면서 고용량·저전력 낸드 수요가 늘었고, 이 특성을 갖춘 고성능 eSSD를 원하는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부가 제품인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 기반 eSSD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QLC는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 한 개에 4개 비트를 저장하는 기술로, 트리플레벨셀(TLC, 셀 한개 당 3개 비트 저장) 대비 더 많은 용량 집적이 가능하다.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가 느리고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난해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축소와 전력 효율·고용량을 원하는 데이터센터의 니즈가 겹치며 관련 제품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높아진 낸드 기대감에 따라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실적 회복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고용량 eSSD 시장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및 솔리다임이 주도하고 있는 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QLC 낸드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며,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통해 QLC 기반 eSSD 60TB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다가오는 2분기에도 낸드 관련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분기 글로벌 낸드 매출이 전분기 대비 1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시장 1·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각각 20% 매출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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