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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지멘스 DI, “데이터의 창의적 설명 능력이 기업 경쟁력 될 것”

양민하 기자
김태호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DI) 이사가 최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김태호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DI) 이사가 최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양민하 기자]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은 사람을 완전히 배제하는 자동화 레벨이 아닌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둡니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며, 이제 데이터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설명하느냐가 앞으로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지멘스는 이처럼 고객 디지털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데일리>를 만난 김태호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이하 한국지멘스 DI) 이사는 지멘스가 고객의 디지털 전환 여정을 지원하는 방안과 향후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보기술(IT)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신기술이 융합되면서 산업 전반에서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우리의 생활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지멘스 DI는 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산업기술 전시회 ‘2024 하노버 산업박람회(이하 하노버 메세)’에 참가해 업계가 주목할 만한 최신 기술과 산업 트렌드를 선보였다.

특히 한국지멘스 DI는 이번 하노버 메세 현장에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큰 규모의 참관단을 유치해 주목받았다. 이는 국내 고객들이 지멘스가 제시한 미래 비전과 솔루션에 이전과는 또 다른 수준의 관심을 보였다는 방증이었다.

지멘스가 올해 세계 최대 산업전에서 대규모 국내 참관단을 포함한 글로벌 고객에게 전달하려 한 인사이트는 무엇일까. 현재 한국지멘스 DI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부문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태호 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핵심 산업 중심 포트폴리오로 차별화…구독 서비스 기반 PLC·모듈화 하드웨어 비전 제시

올해 하노버 메세에서 지멘스는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택했다.

기존 방식은 일종의 솔루션 ‘나열’이었다. 지멘스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콘셉트의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지를 디자인, 리얼라이즈, 옵티마이즈, 지속 가능성 및 에너지 효율 등으로 토픽을 나누고 각각에 해당하는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식이었다.

반면 이번 하노버 메세에서는 전달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자동차, 식음료, 화학, 반도체 등 경제의 기본을 구성하는 핵심 근간산업을 중심으로 그에 해당되는 조합된 형태의 지멘스 포트폴리오를 내놨다. 이를 통해 핵심 버티컬 4개 산업에서 지멘스 솔루션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김 이사는 “이는 하노버 메세에서 다른 기업들과 지멘스가 명확하게 차이를 보였던 콘셉트”라며 “지멘스는 고객들의 지식수준도 이미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가정하고 이 같은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 식음료, 화학, 반도체 산업에 적용되는 지멘스 포트폴리오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김 이사는 “지멘스는 제품 및 솔루션을 나열하는 기존 방식에 머무르는 대신 산업별 레퍼런스를 가지고 나왔다”며 “이 같은 방식은 정보기술(IT)와 운영기술(OT)을 아우르는 솔루션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멘스가 제시한 4개 산업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솔루션을 보면, 각각의 핵심(key) 솔루션은 다르지만 공통된 역할을 하는 솔루션은 동일하다. 가상으로 구동되는 PLC(범용 제어 장치)와 이 같은 PLC를 이용해 가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솔루션은 공통이다.

김 이사는 “미래 식량난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버티컬 파밍(Vertical Farming·수직 농장)의 디지털 전환을 생각해보면 이 곳에도 제어기와 현실 머티리얼,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해주는 접점과 시뮬레이션이 있어야 한다”며 “산업별로 공통 솔루션은 기본으로 활용하면서 농사는 농사에 대한 솔루션, 반도체는 반도체에 대한 솔루션 등 메인 알고리즘에 대해서만 다르게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산업계가 향후 소프트웨어 정의 PLC(범용 제어 장치) 등 구독 서비스 기반의 제어기를 선택하고, 하드웨어 또한 모듈화 된 패키지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이사는 “인더스트리얼 메타버스 콘셉트 안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PLC를 구독하게 되면, 이에 대한 하드웨어가 요구되지 않고 계정 추가만으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하드웨어를 패키지화 한 모듈 타입 패키지(MTP) 형태로 고객이 따로 하드웨어 구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없이 이 또한 구독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비즈니스는 사람을 완전히 배제하는 자동화 레벨이 아니라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기존에 농사를 지을 때 100명의 노동력이 필요했다면, 구독 서비스 기반의 PLC와 모듈화 된 하드웨어를 활용할 경우 한 명이 구독만 하면 된다. 지멘스는 이 같은 형태의 향후 목표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DI) 이사. [ⓒ디지털데일리]
김태호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DI) 이사. [ⓒ디지털데일리]

◆생성형 AI, 자동화 프로그래밍 경계 허물어

지멘스가 제시하는 디지털 전환은 파트너와의 협업이 핵심이다. 이번 하노버 메세에서 선보인 ‘지멘스 인더스트리얼 코파일럿’ 또한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전문 지식)를 보유한 자동차 공급 업체 셰플러 그룹과 협업한 레퍼런스다.

김 이사는 “산업군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늘 있었고, 지금까지 이에 대한 제 대답은 ‘솔직히 머신러닝(ML) 이상의 솔루션을 더 내겠냐’였다”며 “그런데 지멘스 인더스트리얼 코파일럿이 나왔다”고 말했다.

지멘스 인더스트리얼 코파일럿은 지멘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협력해 개발한 AI 기반 비서다. MS의 코파일럿에 지멘스의 오토메이션 역량이 더해졌다. 지멘스 인더스트리얼 코파일럿을 통해 사용자는 복잡한 자동화 코드를 신속하게 생성, 최적화 및 디버그하고 시뮬레이션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김 이사는 “생성형 AI가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쓰일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레퍼런스”라며 “마치 일반적인 기술자처럼 동작하는 산업용 챗봇”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오토메이션 레벨의 프로그래밍은 전문 엔지니어, 기술자의 영역이었다. 지멘스 인더스트리얼 코파일럿은 이 영역의 경계를 허문다.

김 이사는 “핵심은 사람이 설명한 소스 코드를 오토메이션 레벨에서 짜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필드 레벨의 커미셔닝 엔지니어는 크게 할 일이 없어질 수도 있고, 이는 다시 말하면 고객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과 그 데이터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설명하느냐가 앞으로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멘스 인더스트리얼 코파일럿은 유연하게 확장이 가능한 개념이다. 장비 하나에서 시작해 라인 전체, 공장 전체로 확장이 가능하다. 최종적으로는 공장 전체를 매니징하는 하나의 AI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지멘스는 이 같이 고객 디지털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 이사는 “산업군에서의 생성형 AI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나중에는 단 한 명의 인력이 전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고, 최후에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슈퍼 챗봇’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는 AI가 사람을 밀어내고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래에는 인구 구조 변화로 산업, 농업 등 특정 분야에 종사할 사람 자체가 부족하다. AI는 이를 보완해 줄 솔루션이다.

김 이사는 “예를 들어 우리 공장의 유지보수팀에 팀장이 없는 경우, AI 라이브러리를 구매해 이를 대체하면 된다”며 “디지털 비즈니스의 핵심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마지막으로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생성 AI의 잠재력은 분명하고 역사적으로 늘 그래왔던 것처럼 산업군에서도 이 같은 잠재력이 폭발하며 전환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현재는 이 같은 잠재력이 점점 뭉치고 있는 시기로, 앞으로 5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민하 기자
ym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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