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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밸류業 금융⑦]정작 필요할때 제역할 못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미운오리새끼’ 전락 위기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제때 못갚는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5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51%이다. 이는 전월말(0.48%) 대비 0.03%p 상승한 것이고, 1년전 같은 기간(0.40%)과 비교하면 0.11%p 상승이다. 연체율 증가 속도가 1년전 비교해 더 가파르다.

또 같은기간 신규 연체 발생 금액도 2조7000억원으로 대비 1000억원이 증가했으며, 은행들의 연체 채권 정리 규모도 2조원으로, 지난달(4월말)과 비교해 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2년전과 비교해선 2배로 급증한 것이다.

금융 당국는 “국내은행 연체율은 아직 코로나 이전 장기평균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국내은행의 손실흡수능력도 과거 대비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의 함정’이다. 연체율이 유일하게 하락한 '대기업군'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작 아프게 봐야 할 수치는 ‘취약 차주’로 불리는 중소법인, 개인사업자, 개인신용대출자들의 연체율 증가세다.

이에 따르면, 중소법인 연체율(0.75%)은 전월말(0.70%) 대비 0.05%p 상승했고, 1년전의 0.50%과 비교해선 0.20%p 상승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69%) 역시 전월말(0.61%) 대비 0.08%p 상승했고, 역시 1년전 같은기간(0.45%) 대비 0.24%p 상승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0.85%)은 전월말(0.79%) 대비 0.06%p 상승했다.

결국 연체율의 증가 추세는 ‘취약 차주’들에게 앞으로 더욱 대출 문턱을 높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금융 당국은 금융 건전성 관리를 위해 이제는 가계대출을 줄일 것을 은행권에 주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자랑했던 혁신적 대안평가 모델,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 한계인가

그런데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려고 준비했던 것이 10년전 논의했던 당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다.

은행 문턱이 높은 ‘중위험 대출’시장, 특히 기존 은행권에선 대출이 어려운 ‘씬파일러’(신용정보취약자)들이 사채시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역시 연체율 증가 속도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정작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역할이 필요할 때, 그들도 같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호기롭게 '대안신용평가' 모델 등 혁신적인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가동해 적극적인 ‘중금리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며 호언장담했었다.

참고로, 카카오뱅크는 통신‧부동산정보, 카드사 가맹점 정보 등 대안정보를 가명결합해 대출신청평점 모형을 개발하고, 다양한 기관들과의 가명결합데이터를 활용해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개발‧적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토스뱅크도 토스앱기반 비금융활동정보, 마이데이터, 노란우산공제 개인사업자 정보 등을 활용해 토스뱅크 신용평가모형(TSS) 개발‧운용한 것을 내세워 마켓팅에 적극 활용해왔다.

KT가 만든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역시 소득, 신용이력 등 금융정보 뿐만 아니라 KT 및 유통 등 대안정보를 케이뱅크 신용평가모형(KSS)에 반영함으로써 대안정보 활용으로 변별력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3사 모두, 스스로 혁신적이라며 자랑한 대안신용평가 수단들도 결과적으로 연체율의 증가를 막지는 못했다. CSS 기능이 기존 은행권과 비교해서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한편으론 '대안신용평가'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어느정도 벗어나는 각성의 계기가 된 측면도 있다는 점에선 그나마 긍정적이다.

◆결국 안전한 '부동산 담보대출'시장으로 몰리는 인터넷전문은행들

연체율의 증가, 그로인한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의 위축은 인터넷전문은행들에게는 위기 요인이 분명하다.

그런데 작년 6월부터 주담대 ‘대환대출’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어 전세대환대출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인터넷은행 3사의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어느새 시중은행들과 금리 경쟁을 하면서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큰 손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주담대 대출 규모가 5개 시중은행의 그것과 비교해 거의 70%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는 은행 규모를 따졌을때 비정상적인 비중이다.

물론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설립 취지를 잃지 않도록 일정 비율(20~30%)이상 신용대출 수준을 지키라며 일정 수준이상 대출 평잔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주담대 시장의 달콤한 ‘꿀 맛’을 본 마당에 앞으로 험난한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에 어느정도 열정을 쏟을지는 알 수 없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설립 초기, 다양한 디지털 혁신을 앞세어 기존 레거시(Legacy) 은행들의 혁신 본능을 일깨우는 ‘혁신의 메기’역할을 한 것은 높게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새 시장의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돼 버렸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연체율 위험이 있는 중·저신용자 대출에 모험적으로 나서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차주들을 찾고 있는 것이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KCB 기준)는 921.7점으로,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가 925.8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과거보다 크게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즉,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보다는 1~3등급의 고신용자들에게 대출 비중을 늘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제4 인터넷전문은행’을 조만간 승인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제4전문은행이 누가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누가되든 처음에는 혁신을 내세우면서 설립 취지대로 움직이다가 결국 기존 3사처럼 '주담대'와 같은 보다 안락하고 안전한 시장에 안주할 가능성이 크다.

‘미운 오리새끼’라는 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The Ugly Duckling)에서 지금은 형편없이 못났지만 주인공은 결국 오리가 아닌 ‘백조’였다는 극적 반전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정말로 백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금융 당국의 정책적 일관성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스스로의 혁신 노력이 미진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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