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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사태 한달, 국회 입법 쇄도…이커머스·PG 엇갈린 반응

오병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이하 티메프사태)가 본격화된 지 약 한 달여 시간이 흐른 상황, 국회에서는 다수 의원이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법안 발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과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들은 각 업계 입장에 따라 이해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19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송언석 의원(국민의힘),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다수 의원이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들이 내세운 재발 방지책은 대부분 ‘정산주기 단축’과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도입 의무화’다. 기존 이커머스 등 플랫폼이 긴 정산주기를 활용해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관행을 제한하고, 정산대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해진 금융사에 예치하는 에스크로 결제 방식을 의무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정산주기·에스크로로 정산대금 유용 원천차단

구체적으로 ▲박정현 의원은 30일 이내 ▲천준호 의원은 구매 확정 후 7일, 배송완료일부터 10일 내 ▲김현정 의원은 14일 이내 ▲송언석 의원은 구매 확정 후 5일 내 정산주기 단축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금까지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정산주기를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제한하는 최대치인 60일로 제공, 정산대금에 해당하는 매입채무를 확대해 현금 흐름 개선 효과를 보는 관행이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이 정산대금을 목적 외 수단에 활용하는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송 의원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사태 본질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가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면서 잠시 맡아둔 결제 대금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에 있다”며 “반면 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왔던 판매자들과 소상공인 들은 이번 사태로 연쇄 부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정산주기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법안 키워드는 에스크로 의무화다. 송언석 의원, 박정현 의원 등이 정산주기 단축에 더해 에스크로 결제를 의무화하자는 취지 법안을 발의했다. 에스크로는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한 뒤 지급한 정산대금을 금융사에 예치해 보관한 뒤 물품 구매가 확정된 뒤에 판매자가 정산을 받는 방식이다. 중간 거래 중개자인 이커머스 플랫폼이 해당 정산금을 유용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티메프 사태 TF 단장을 맡은 천준호 의원(오른쪽)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TF 간사단 1차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8.6 [ⓒ 연합뉴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티메프 사태 TF 단장을 맡은 천준호 의원(오른쪽)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TF 간사단 1차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8.6 [ⓒ 연합뉴스]

◆코스포 “스타트업 성장 저해”…PG업계는 ‘표정관리’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커머스, PG 업계가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놨다. 먼저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산주기 단축 및 에스크로 도입 등 규제가 스타트업 성장 족쇄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지난 11일 거세지는 플랫폼 규제 바람에 대한 우려 입장 성명을 냈다. 코스포는 “회계에서 운영자금과 판매대금을 분리하는 제도는 플랫폼 기업 자금 운용을 제약할 수 있다”며 “정산주기를 단축하고 정산대금 운용 방법을 제한하는 규제 경우, 기업 운영 효율성과 시장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금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초기 신산업 스타트업에 큰 타격을 일으켜 결국 자본력이 큰 대기업만 플랫폼 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위험이 있다는 취지다.

에스크로 도입 의무화에 대해서는 “플랫폼 기업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티메프사태를) 일반화해 모든 이커머스 업체가 판매대금을 전용하는 것처럼 회계 분리나 에스크로 도입과 같은 대안을 적용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에스크로 결제 서비스 등을 운영하는 PG업계 입장에서는 해당 규제가 오히려 혜택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에스크로업 등록이 어려운 이커머스 플랫폼의 결제를 대행하게 되면서 고객사 저변 확대 등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PG업계 관계자는 “정산주기 단축은 지난해부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과 더불어 논의되고 있던 상황”이라며 “날짜 차이만 있을 뿐이지, 정산주기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규제가 구체화 되기 전까지는 당장 이해득실을 따지긴 어렵겠지만, 에스크로 결제를 위한 인프라가 마련돼 있는 PG사 입장에서는 이득을 보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현겸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 PG업을 운영 중인 헥토파이낸셜 기업 보고서를 통해 헥토파이낸셜은 PG 정산 사업자로서 ‘PG 에스크로 정산서비스’를 신규 출시했다”며 “해당 서비스는 최근 티메프 이슈로 발생하고 있는 플랫폼사들의 정산PG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 선점에 따른 신규 사업모델로 확고히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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