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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온라인 흑역사를 못지운다면?…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 법제 개선 필요

김보민 기자
21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제4차 2024 개인정보 미래포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21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제4차 2024 개인정보 미래포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주요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차원에서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아동은 물론,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과 성인까지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제4차 '2024 개인정보 미래포럼'을 21일 개최했다. 현장에는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연구 관계자들이 참석해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종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나왔을 당시 아이였던 세대가 청소년 이상 세대가 됐다"며 "계정 정보를 잃어버리거나 SNS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과거 '흑역사'를 지울 경로가 없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행하는 SNS 챌린지(릴스·쇼츠 등) 또한 흑역사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추후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3분의 1은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으로 추정되며, 인터넷을 처음 이용하는 연령도 어려지는 추세다.

이는 아동·청소년의 온라인상 활동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교수는 "예전에는 거실에 TV가 있었고 광고를 비롯한 상업적인 영향을 부모가 설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동이 개별 기기를 가지고 자신의 공간에서 온라인 활동을 할 수 있어 부모 등의 통제와 보호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요국은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는 디지털 환경에서 보장돼야 하는 아동의 권리 중 하나로 '프라이버시권'을 명시하고 이를 위해 국가가 법률적, 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의 경우 보호 대상을 청소년까지 확대하고, 열람권과 삭제권 등 권리를 보장하는 '코파(COPPA) 2.0'이 상원에서 통과됐다.

한국도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7월 가이드라인과 관계 부처 합동 기본계획을 마련했고, 지난해 4월부터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 1월부터는 신청 대상 연령이 24세 이하에서 29세 이하로 확대되기도 했다. 올 7월까지 집계된 유형별 처리 건수는 총 2만272건에 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동·청소년을 정보주체로 인식한 법제 개선은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나 교수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자동차 최대 속도를 30km로 제한하는 것처럼, 아동·청소년은 매우 특수한 대상"이라며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시각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개인정보보호 법제 개선 차원에서 청소년 개념을 도입하고, 아동·청소년·성인별 특성을 고려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학생, 고등학생은 물론 성인도 온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동일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글로벌 흐름에 따라 아동·청소년을 정보주체로 인식해 권리와 보호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 5대 원칙과 같이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권리 실현을 위해 부모 등 법정대리인과 기업 및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나 교수는 "아동이라는 특수한 존재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온라인상 아동의 안전함과 개인정보에 대한 내용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제4차 개인정보 미래포럼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다. 10월 열리는 제5차 포럼은 '개인정보보호강화기술(PET)'을 의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PET는 가명 및 익명처리 기술, 동형암호, 합성데이터, 차분 프라이버시 기술 등 개인정보 보호 향상 기술을 의미한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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