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에 쏠리는 산업계 시선…예의주시 나선 K-배터리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산업 정책 기조에 따라 관련 시장의 환경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성장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험난한 경영환경이 예고되는 만큼, 배터리 제조사의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11월 5일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가 50개 주 중 처음으로 부재자 투표 용지를 우편 발송하며 사전투표의 시작을 알렸고, 펜실베니아·위스콘신·미시간주 등에서 순차적으로 사전투표를 시작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반도체·신재생에너지·자동차 등 제조업 공급망을 확충해 온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과학법·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등 주도적으로 제정한 법안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등 현재 침체된 친환경차 산업에 긍정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선보였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등 한국의 경쟁업체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지만, IRA와 같은 민주당이 제정한 정책의 효과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업계에서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나 전기차 보조금 등 다방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융·방산·에너지 등에 집중한 규제 완화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배터리 등 친환경차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이 잦아든 모양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지를 선언하자 이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대선 결과에 주목하며 내년 투자 전략 세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양 후보간 장단이 명확한 만큼 이에 따른 투자 등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일부 투자를 미루거나 계획 수정에 나선 것도 미국 대선과 무관치 않은 상황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거나 할 계획을 이미 세운 상황이며, 전기차 캐즘과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맞물려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대선 결과에 따라 전기차 지원 정책의 방향성이 나뉠 것으로 보여 이에 맞춘 전략을 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양당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당 후보가 높아진 미국 내 물가와 부족한 공급망 문제, 커지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고 있어 이를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배터리 산업이 원료와 소재 등에서 중국 의존도를 풀어내기가 어려워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등으로 국내 인력의 미국 현지 입국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과제다. 통상 국내 기업은 해외 법인이나 공장 착공 시 중국·국내 건설 인력을 보내 빠른 시일 내 준공을 완료하고, 라인 설치 및 안정화 등에도 국내 인력을 주로 투입하고 있다. 만약 미국 내 비자 문턱이 점점 높아진다면 건설은 커녕 착공 후 제조라인 구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이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장 건설의 경우 미국 현지 업체와 계약하거나 현지 인력을 채용할 수 있어 비용이 높아진다는 점 정도가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제조라인 설치·안정화에 국내 인력을 제때 투입하지 못하면 현지 인력 육성에 따른 비용과 생산 일정 차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지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는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이들의 협력사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산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인 반면 수익성은 매우 낮은 축에 속한다. 제조를 위한 감가상각비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제조사와 이하 협력사에 대한 단가 인하 압박도 커질 것"이라며 "대규모 수주를 받고도 돈을 벌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높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관세 등의 변수도 지켜볼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토론에서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10~20%의 관세를, 중국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언급을 내놓은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에 대해 "트럼프 부가세"라며 비판을 이어갔으나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받는 만큼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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