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티메프 사태 방지법 두고 플랫폼·입점사 ‘첨예’…혁신저해 vs 규제강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오병훈 기자]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두 기관이 내놓은 방안 방향에 온라인 플랫폼 업계와 입점업체·소상공인 등은 첨예하게 갈렸다.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 측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청회’를 통해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 생태계의 혁신동력을 유지하고 신생 중소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에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새 규율을 도입하더라도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플랫폼 업계 목소리를 대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내놓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방향에서 다루는 대규모유통업자의 정의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일정 규모 이상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자로 의제하고 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을 기반으로 제정되고 발전해 온 대규모유통업법에서 다뤄지는 모든 규제를 온라인 사업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우려다.
◆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방향에 플랫폼·입점업체 ‘팽팽’…“소규모 업체 죽이기” vs “빠른 도입·시행 필요”
앞서 지난 9일 공정위는 개정안에서의 규율 적용 대상 경우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제1안)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의 사업자(제2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선 각 기관의 개정안 설명이 이뤄졌다. 다만 개정안 내 규율 대상 기준·정산기한·대금 별도관리 비율 등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정토론자들과 현장 참석자들은 이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나눴다.
김 대표는 “규율 대상 업체에서 언급된 매출이나 거래 규모 부분이 가장 크게 우려되는 지점”이라며 “오프라인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상당하기 때문에 매출 1000억원이 높은 기준일 수 있으나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는 온라인 경우에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운영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위치가 아주 좋은 오프라인 경우에는 대체 가능성이 없지만,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물리적인 장벽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의 대체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는 만큼, 플랫폼 사업자는 전략적인 판단으로 일정 기간 중개거래 수익 대신 중개거래 규모를 늘리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때문에 김 대표는 단순히 일정 중개거래 금액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로만 플랫폼의 시장 장악력이나 입점 사업자의 플랫폼 종속성 등을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플랫폼에겐 가혹하다는 취지다. 또한 정산 기한을 법으로 정해 동일하게 적용하는 경우, 티몬·위메프와 유사한 사태 발생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관해서도 면밀한 검토와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의견은 김 대표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도 나타났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교각살우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규제에 있어 분명한 기준이 정해져야 된다는 것엔 공감하지만,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파급 효과 등 면밀한 작업 없이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입법화하는 것에는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벤처 업체 관계자들은 공청회장 출입구에서 ‘과도한 정산기한 단축, 강제적 판매대금 별도관리, 이커머스 기업 못버틴다!’, ‘티메프사태 재발 방지? 획일적인 규제로 이커머스 산업 붕괴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피케팅을 벌였다.
그러나 입점업체 입장에 선 전문가들도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 업계 의견에 팽팽하게 맞섰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중개거래금액 기준으로 500억원 이상 규모의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은 모두 참여해야 하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일정 규모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록 중인 곳들도 규율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산 기일 및 기한 역시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응한 80%가 넘는 곳들이 ‘10일 이내’를 요구한 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모든 법이 사실 단계별 시행을 해 왔고 소상공인연합회도 항상 법 적용에는 단계별 시행을 요구해 왔지만 (티메프 사태처럼) 이렇게 피해를 많이 본 상황에 있어선 1년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며 “1년 이내에 100%가 다 참여할 수 있는 법 적용으로 되어야만 이 법이 소상공인들이나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규제법이 아니라 균형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금법 개정안 방향은?…업계 “겸업PG사 관리할 핀셋규제 필요”
이날 공청회에선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내용도 다뤄졌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미정산자금 전액에 대해 별도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PG사의 건전 경영 유도를 위한 실질적 관리·감독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패널 토론에서는 국내 주요 PG사와 더불어 한국소비자연맹, 중기중앙회 등 관계자가 참석해 개정안에 대한 각 기관 입장을 전했다.
먼저 PG업계에서는 KG이니시스와 헥토파이낸셜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일반화된 규제보다는 세밀한 ‘핀셋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정록 헥토파이낸셜 상무는 “전업 PG사와 겸업 PG사를 명확하게 분리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티메프 사태는 겸업 PG사에서 발생된 사안인데, 개정안은 겸업 PG에 대한 해석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이 사실상 전업 PG만을 규제하는 법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 핵심 원인인 티몬도 PG업 허가를 받아 이를 겸업 중인 상황이었다. 그는 관리감독 실효성 확보 때문에라도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헥토파이낸셜은 PG업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한 전업 PG사로서 이미 규제 대상이기에 안전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규제 목적성이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티몬과 같은 겸업 PG사를 관리하는 추가적인 내용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일 KG이니시스 법무팀장도 “(개정안이) 이커머스사를 PG업 등록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커머스사를 별도로 대규모유통업법에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는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한 전업 PG사들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개정안 모두 소비자 보호 관련 내용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커머스와 PG사를 대상으로 결제 시스템 상 위험성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무엇보다 구체적인 소비자 보호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PG사 정산 자금 보호 장치 마련이나, 관리 감독 강화 등록 요건 강화 등 부분은 전자상거래 업체 부실이 판매업자나 소비자에게 전이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일 뿐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 구제를 할 수 있는 조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 사무총장은 이커머스와 PG의 완전 분리로 정산 결제 흐름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관리 강화를 통해 티메프사태 재발을 원천차단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정 사무총장은 “장기적으로는 이커머스와 PG사를 완전 분리해서 전자상거래 시장 안전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사업자,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러한 방안도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선중규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국장)은 현장 질의응답에서 “여러 가지 정산 과정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납품 받는 경우 반품이라는 게 결부돼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반품 과정에서 정산 주기 등이 상당히 달리 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개 거래에서는 반품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전통적인 소매업에 비해서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의) 정산 주기 등은 좀 더 짧게 규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티메프 사태가) 단순히 개인 사업자의 일탈이었는지, 아니면 지금까지 누적돼 온 문제들이 결국 발현된 것이었는지 가치 판단은 있을 수 있겠으나 전자로 친다면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최소한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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