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韓 배터리 업계에 감도는 위기감…"中과 경쟁할 기술 확보해야"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고성현 기자]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기(Chasm)가 점점 길어지자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을 좁힐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이미 저가 배터리 시장과 주요 원료 공급망에서 기회를 놓친 만큼, 미·중 경제 패권 구도로 발생하는 향후의 기회를 재빠르게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24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SNE리서치 주최로 열린 'KABC 2024'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최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경제 질서와 산업 질서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 안보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배터리가 전기차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미래차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캐즘이 찾아온 배경으로 "여기에 수요를 얼리어답터가 견인해 왔던 전기차가 높은 가격, 인프라 부족 등으로 주류 시장이 제한되고 있다"며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재정 상황을 고려해 보조금을 폐지, 축소하는 것이 수요 감소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강 회장은 수요 회복을 위해 전기차 인프라 확충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도, 미국·유럽연합(EU)과 중국이 대치하는 신냉전 상황이 이같은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전기차가 대중화되려면 저렴한 배터리가 필요한데, 저렴한 배터리는 중국으로부터 장악된 상황"이라며 "미국과 EU 입장에서는 (중국 장악 상황에 대해)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이냐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고, 전기차 보급 속도를 조절하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캐즘이 생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강한 원료 공급망 확보 상황과 좁혀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삼원계 간 성능 격차, 반면 벌어지는 양 제품 간 가격 격차 등이 국내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를 두고 "과거 일본이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배터리로 주도권을 잡았다가, 안주하는 사이 한국과 중국에게 추격당한 것과 유사하다"며 "이미 중국과의 격차는 쉽게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확대됐다고 보여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다가올 전기차 배터리 경쟁에서는 국내 업계에도 기회 요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고체 배터리 등을 비롯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미중 갈등으로 국내 기업의 투자 요구가 잇따르는 원료 부국과의 협력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세계 최다 니켈 생산지인 인도네시아를 두고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국에서 생산한 광물이 미국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적성 국가의 니켈로 분리되지 않는데, 이 요건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자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이러한 기회들을 우리 기업이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차원에서도 배터리 산업의 부흥을 위해 자금 지원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현재 금융위 등 정부 정책과 연계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 지원, 배터리 원자재 확보 및 소재 국산화 지원 등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강석훈 회장은 "산업은행은 2019년부터 지난 5년간 약 15조원을 배터리에 투자했고, 이는 반도체에 한 6~7조원 투자 대비로도 높은 수치"라며 "대출 외에도 직접 투자나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동시에 병행 중이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금융 방안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도 배터리 산업을 위한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연사로 나선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최근 전기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폭스바겐, 볼보, GM,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이미 LFP 배터리를 도입한 상태이며, 리비안, BMW, 메르세데스 벤츠, 스텔란티스와 같은 기업들은 2025년부터 도입을 계획, 2026년엔 르노까지 도입하며 LFP 배터리가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LFP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지닌 가격 경쟁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중국산 LFP 배터리는 가격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라며 "현재 LFP 배터리를 상용화, 생산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2026년 즈음엔 이를 갖춘 중국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OME들 한 번 고객사를 선정, 도입되면 교체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직면한 큰 도전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이 LFP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하지 않는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이 주력으로 생산해 온 파우치형 배터리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 중인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화재 안전성에 대한 문제에 집중하면서 파우치 배터리 수요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차세대 제품인 46파이 배터리가 당분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LFP 배터리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적 우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기술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2026년은 LFP 배터리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이며, 한국 기업들이 이 시점을 대비해 얼마나 준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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