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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회장 배제된 특이한 농협금융 임추위, 계열사 CEO 선정 착수… 농협중앙회 '입김' 우려

강기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지주 회장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을 선임하기 위해 경영 승계 작업에 들어갔다.

지주 회장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포함되지 않는 점이 다른 금융지주들과 차별화된 점이다.

그러나 농협금융의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너무 세고, 금융에 관해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발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이 26일 이사회를 열고 임추위를 개시했다.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은행과 금융지주는 CEO 임기 만료일 기준 3개월 전에 경영 승계 절차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농협금융, NH농협은행, 농협생명, NH아문디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벤처투자 등 6개사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임추위에서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는지, 누가 후보인지 등 정확한 사실을 알려드릴 수 없다"며 "내부 기준을 통해 면밀히 후보군을 심사해 최종후보자를 추후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농협금융의 임추위에 정작 농협금융 회장의 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윤석 이사, 이종백 이사, 길재욱 이사, 박흥식 비상임이사 총 4명으로 구성됐다.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우, 지주 회장들이 계열사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과 분명히 대비된다.

가령, KB금융의 경우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또한 마찬가지다.

농협금융 회장이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데에는 농협 특유의 지배구조에 기인한다. 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돼 탄생했다. 그러나 중앙회가 여전히 농협금융의 지분을 모두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모회사에 해당한다.

이에 농협금융의 임추위는 후임 인선 시 차기 지주 회장 후보와 차기 계열사 대표 후보들을 통합해 관리한다. 나머지 금융지주들이 차기 지주 회장을 뽑을 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따로 구성하는 것과 구별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중앙회의 입김이 너무 세다는 점이다.

중앙회의 이익을 대변하는 지역 조합장 인사가 비상임이사 직을 수행하는 게 관행이다. 박흥식 비상임이사의 경우, 임추위뿐만 아니라 이사회운영위원회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금융지주 회장은 계열사 인사에 관해 목소리를 내기 힘들면서 정작 비상임이사는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가 금융에 정통한 인사를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경우 은행장들이 주로 비상임이사직을 수행한다. 계열사 대표 선임 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다.

차기 회장을 선발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금융지주들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들도 후보군에 포함시켜 롱리스트로 관리한다. 이에 반해 농협금융은 중앙회와 계열사 내에서 주로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금융 전문성을 가진 외부 인사가 내부로 진입하기 힘든 구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농협금융에 경영 승계 절차와 관련해 개선을 요구했지만 잘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도돌이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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