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家] 오너가 승진 이어졌지만…롯데 ‘역대급 쇄신’, 신세계·현대 ‘책임경영 강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공통적으로는 오너가의 승진이 이어졌다. 다만 이번 정기임원 인사만 놓고 보면 형제·남매의 책임경영을 강화한 신세계, 현대와는 달리 롯데는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며 오너 3세 경영에 신호탄을 쏜 모습이 두드러진다. 이들 그룹 모두 새로운 리더를 중심으로 성과 창출을 위한 고삐 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먼저, 이번 롯데그룹의 임원인사 방향은 ▲경영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고강도 인적쇄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 및 성과 창출 ▲내부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경영 효율성 강화 등으로 압축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전체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3% 줄었으며, CEO도 36%(21명)가 교체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가 단행됐다. 지난 8월 비상경영 체제 돌입 후 지속적인 경영체질 개선과 책임 경영을 강화했던 롯데는 최근 ‘위기설’까지 돌았었기에, 이번 정기 임원인사로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꾀했다.
특히 이번 인사의 핵심은 신유열 미래성장실장 전무의 부사장 승진으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이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이다. 신 부사장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등 그룹의 신사업과 글로벌사업을 직접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능력 검증이란 과제를 안게 된 신 부사장이 내년 어떤 경영 성적표를 거둘지 주목된다.
신세계 역시 지난해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은 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지 9년 만이다. 앞으로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승진은 신세계그룹을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신세계그룹은 올해가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를 시작해왔다.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그룹은 향후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백화점이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예컨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올해도 고속 성장을 이어가며 지난 11월에 연매출(거래액) 3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백화점 점포 최초로 ‘3조 클럽’에 입성했던 지난해보다 한 달여 앞당겨 돌파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강남점은 전국 신세계백화점 점포 중 가장 높은 8.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형제 경영을 강화하는 등 안정적 기조를 택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현대백화점그룹 단일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공동경영을 이어간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정교선 회장의 승진 배경으로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로서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조직개편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중단기적 사업을 중심으로 MD전략, 채널전략, 경영지원 디비전 등 3개 사업부서로 조직을 나눠 수익성과 성장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다.
한편,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에 지라시 작성·유포자를 찾아내 신용훼손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수사를 요청했다.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두 곳이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시했고, 다음날 해당 영상 관련 내용을 요약한 지라시가 유포됐다.
지라시에는 ‘롯데그룹이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고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이 예상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고, 이는 국내 증시를 최근 강타했다. 출처가 없었던 단순 루머였음에도 이 여파로 롯데그룹 관련주가 지속적으로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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