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콘텐츠뷰] 감정의 '트렁크', 폐허·보금자리 경계에 서다

채성오 기자

'콘텐츠뷰'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매우 주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합니다. 기사에 스포일러나 지나치게 과한 정보(TMI)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넷플릭스]
[ⓒ 넷플릭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트렁크'는 여행용 가방이나 차량 뒷편에 마련된 적재함을 의미한다. 기호에 따라 여행용 가방은 '캐리어'로 불리기도 하지만 '물건을 싣고 이동한다'는 용도에선 그 의미가 유사하다. 트렁크로 정의되는 공간은 '이동과 적재'라는 활용성이 높지만, 담겨진 물품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잠가두기에 그 어느 곳보다 폐쇄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이런 공간의 폐쇄성에 갇힌 인간들을 조명한다. 각각의 마음 속 트렁크엔 자신이 소유하고 싶은 인간들이 담긴다.'이서연(정윤하 분)'의 트렁크엔 '한정원(공유 분)'이라는 인간이 담겨 있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방어 기제로 자신의 트렁크를 반쯤 열어놓은 채 한정원을 시험하는 이서연의 심리엔 단순한 밀고 당기기를 벗어나 '완벽한 소유'를 위한 집착의 그늘이 엿보인다.

그녀의 트렁크에서 허우적거리던 한정원은 '노인지(서현진 분)'를 만나며 굳게 닫힌 트렁크를 열게 된다. 지독하게 얽매였던 이서연을 내려 놓고 노인지라는 새로운 사랑에 자신의 공간을 내준다.한 번의 파혼 이후 자신의 트렁크를 활짝 열어놓았지만 그 안에 누구도 담지 않았던 노인지는 떠나간 '서도하(이기우 분)'의 추억 한 조각을 지퍼 속에 꽁꽁 숨겨놓는다. 겉으론 비어있는 트렁크이지만 마치 부적처럼 착 달라붙은 서도하의 망령과 한정원이라는 현실의 사랑이 그녀의 공간을 마구 헤집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에 등장하는 중심 인물들. 왼쪽부터 노인지(서현진 분), 한정원(공유 분), 이서연(정윤하 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에 등장하는 중심 인물들. 왼쪽부터 노인지(서현진 분), 한정원(공유 분), 이서연(정윤하 분). [ⓒ 넷플릭스]


노인지를 5년 간 스토킹하며 자신의 마음 속 트렁크에 가두려 했던 '엄태성(김동원 분)'과 계약으로 맺어진 결혼에도 사랑을 믿었던 '윤지오(조이건 분)'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각자의 트렁크에 담고 싶은 상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거나 이미 공간에 들어앉은 이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열어놓거나 잠가둬도 트렁크는 끝내 '이동'하고야 만다. 트렁크 안에 담긴 이의 의지에 따라 누군간 '소중한 공간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만, 폐쇄적인 공간임을 인지하고 탈출을 원하는 이도 생겨난다. 이미 떠나버린 이를 붙잡는 과정에서 비어버린 트렁크(마음 속 공간)를 붙잡고 스스로 빈껍데기의 삶을 살아가는 '폐허' 속 인물들은 자신의 심연과 마주하며 자구책을 찾는다.


극으로 표출된 감정임에도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는 '트렁크'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트렁크를 짊어진 채 살아가지만 내면의 깊이나 공간의 크기는 각자 다르다. 누군가에게 트렁크는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하겠지만 노인지처럼 트렁크가 삶을 움직이게 만드는 인생의 동력이 되는 이도 존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한정원, 노인지, 이서연, 윤지오, 엄태성. 당신은 누구의 트렁크에 가장 가까운가.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