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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규제 진단③] “일단 내고 보자” 입법안 남발, 실효성·산업발전 의문

최민지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쟁쟁한 빅테크들이 선전하는 지금, 한국 인터넷 기업들도 몸집을 키우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해외 플랫폼 위협 속에서도 자국 플랫폼들이 중심을 잡고 있는 곳이다. 이에 전세계 빅테크들과 맞설 수 있도록 경쟁력을 입증한 국내 플랫폼을 글로벌 무대로 세우고, 나아가 대한민국 새 먹거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 제기돼 왔다. 그러나, 내부의 위협이 더 큰 상황이 도래했다. 정부와 국회가 규제 장벽을 높이면서, 플랫폼을 향한 칼날이 매서워졌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인터넷 플랫폼을 향한 규제 현황을 점검하고, 전문가들 진단을 들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구글 시가총액은 840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메타는 150조원이 넘는 연매출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이 규제 대상으로 삼은 대표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메타 규모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와 국회가 규제 정조준 중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떠할까? 지난해 처음으로 네이버는 8조원대(8조2201억원), 카카오는 7조원대(7조1071억원) 매출에 진입했다. 시가총액은 네이버는 약 35조원, 카카오는 약 28조원이다.

문제는 이같은 체격 차이에도 논의되는 규제 분위기는 비슷하다는 점이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국가 인터넷 생태계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등을 향한 독과점 규제가 거세지자, 한국에선 경쟁력 있는 국내 플랫폼을 성장시켜 글로벌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 대신 빅테크 규제 기조를 유사하게 적용하겠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중심으로 플랫폼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고, 국회에서는 플랫폼 규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신중한 플랫폼 산업 연구조사와 검토 없이,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듯 남발하는 규제안에 업계는 규제 실효성 의문을 품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내 플랫폼 성장을 저해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지난 정부 때 플랫폼 옥죄기 대표 법안으로 꼽혔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 논의가 멈추고 자율규제 기조로 돌아섰지만,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로 또다시 온플법 성격을 갖춘 규제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 결국, 올해에도 플랫폼 규제 쏟아내기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발의를 예고했고, 지난달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일명 ‘택시플랫폼 선수-심판 분리법’을 내놨다.

이에 앞서, 지난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발의된 인터넷산업규제 관련 입법안만 150건에 이른다. 이중 지난해 본회의 상정돼 처리된 법안은 단 10건에 불과하다.

관련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디지털경제연구원은 ‘2022 인터넷산업규제 백서(이하 규제백서)’를 통해 한국 인터넷산업규제 입법현황을 분석하고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150건 입법안 평균 점수는 2점 만점에서 0.57점에 불과했다. 법안 대부분이 전반적인 평가지표에 대해 중간 이하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인기협 디지털경제연구원은 “여전히 국회에서는 다양한 규제 대안보다는 법률을 통한 규제만을 유일한 안으로 논의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현재 인터넷산업규제는 디지털시장의 복잡한 구조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급 효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사회영향력 및 파급효과 점수는 0.48점으로 전년 0.52점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여전히 입법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 등 발생할 수 있는 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규제에도, 그 파급 효과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실효성 낮은 법안이 많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여전히 인터넷산업을 규제함에 따른 영향력에 대한 검토는 진전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부분 법안은 비용추계서를 포함한 사전적인 영향분석 과정이 명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

제정안 경우 모든 법안이 중간등급인 1점에 미치지 못햇다. 기존 법률에서 일부 조항을 변경하는 형태인 개정안과 달리, 제정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법안을 설계해야 한다.

기존에 형성된 규정이 가진 제약을 벗어나 신산업 특성과 현실을 더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현재 발의되고 있는 새로운 법률 제정안에선 이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과잉규제와 자율규제 고려 미비 등도 지적 사항 중 하나다.

인기협 디지털경제연구원은 “지난 1년 동안 이전 발의안보다 실효성 높은 법안이 발의됐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내용에서 미흡한 안이 남발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년도 입법활동에 대한 피드백과 신중한 검토를 통해 더 실효성 높은 안을 발의하기 보다, 사안에 따라 새로운 법안을 신속하게 제안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규제 집행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영향력, 집행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 과잉규제 우려 등이 향후 입법 과정에서 더 많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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