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기약 없이 연기 중인 NHN 김해 데이터센터··· NHN "건립 의지 확고"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NHN이 경상남도 김해시에 건설키로 한 데이터센터가 기약 없이 연기 중이다. NHN과 HDC현대산업개발 간 협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7년께나 개소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7일 <디지털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NHN 김해 데이터센터 건립 일정이 지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2022년에서 2023년으로 한 차례 미뤄진 이후 2024년 준공 예정이 됐다. 현재 준공률은 0%다. 사업자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가운데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NHN 김해 데이터센터는 2020년 NHN, HDC현대산업개발이 경상남도, 김해시와 함께 투자협약을 맺으며 진행된 사업이다. 10만대 이상 대규모 서버를 운영하는 최대 20메가와트(MW) 규모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 및 연구개발(R&D)센터, 스마트홈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과 관련 지역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기대가 모였다.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좌초된 네이버의 용인 데이터센터 때처럼 일부에서는 ‘전자파가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데이터센터 때문에 열돔 현상이 생길 것이다’ 등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소수 의견에 그쳤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평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딘 사업 진행과 관련 여러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NHN이 사업 포기를 검토 중’이라거나, ‘공사 비용 증가 및 부동산 침체기로 현대산업개발이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지연이 불가피하다’ 등이다.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두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지난해 NHN 측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내며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NHN 김해 데이터센터 사업의 경우 단순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홈 조성 등도 함께 묶여있다. NHN이 사업을 이탈할 경우 스마트홈 사업도 좌초된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이 김해시에 데이터센터를 빼고 아파트만 건립할 수 있는지 문의했고, 김해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공공 클라우드 산업 축소도 NHN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 위주로 진행되던 공공 클라우드 사업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하는 중이다. CSP 관점에서는 공공 클라우드 사업이 축소되고 있기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더라도 수익성이 안 나올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사태의 책임을 NHN에게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NHN에게 데이터센터 준공을 2027년 말로 제시했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22년 준공 계획이었던 데이터센터가 어떻게 하면 2027년까지 연기되나. 사실상 사업 포기를 종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이미 사업에 악영향을 끼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애당초 논란의 핵심은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함께 조성할 아파트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당초 계획대비 높아진 금리와 공사비, 부동산 수요 감소 등 악재가 산적한 만큼 현대산업개발이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사업을 지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경상남도의 미분양 주택은 4791가구다. 이중 김해시는 1180가구로 최다다. 지난 2월 대우건설이 44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울산광역시 주상복합단지시공권을 포기한 것처럼 리스크를 안고 포기하지 않는 대신 사업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논란과 관련 NHN 측은 “김해 데이터센터 건립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NHN은 작년 김해시에 ‘NHN아카데미 경남캠퍼스’를 개소한 바 있다. 올해 1기 졸업생이 배출되고 2기 교육생을 모집하는 등, 김해에서의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건립 일정이나 각종 구설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대산업개발과 잘 논의해 조속한 시일 내 건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기간을 의도적으로 늦춰서 제시했다거나, 사업을 포기하려 한다는 등의 애기는 사실이 아니다. 공사와 관련해서 전반적으로 NHN과 협의를 이어나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김해시 관계자는 “양사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NHN 데이터센터가 정상적으로 김해시에 건립돼 시 산업구조 개선이라는 좋은 영향을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