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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적자’ 쿠팡, 수익화 시동…유료 멤버십·배달 수수료 개편

이안나
- 쿠팡 ‘와우 멤버십’ 요금 이어 쿠팡이츠 수수료 변경…소비자·자영업자 이탈 가능성은?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적자를 감수하고 몸집을 키우는데 주력해 온 쿠팡이 최근 서비스 이용료를 잇달아 변경하면서 전략 변화를 예고했다. 미국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지 일년이 되는 기간을 두고 서서히 영업이익을 내려는 판단으로 보인다. 고객 이탈을 막고 올해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말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과 쿠팡이츠 수수료 프로모션 변동 계획을 연이어 알렸다. 쿠팡을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와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외식업 자영업자들 모두 더 이상은 ‘업계 최저가’로 쿠팡 서비스를 이용하긴 어렵게 됐다.

쿠팡은 지난달 30일부터 신규 회원에 한해 유료 회원제 ‘와우 멤버십’ 요금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변경했다. 쿠팡이 멤버십 요금을 변경한 것은 2019년 멤버십 론칭 이후 처음이다.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월 4990원 가입비를 먼저 적용한 뒤 추후 기존 회원을 대상으로도 비용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회원 요금제를 변경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서비스 출시 이후 지속적 투자로 멤버십 혜택을 꾸준히 늘려왔음을 강조했다. 국내 무료 배송·반품 서비스 ‘로켓배송’과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해외직구 무료배송 ‘로켓직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등 10개 혜택이 추가됐다는 설명이다.

쿠팡 배달주문 앱 쿠팡이츠도 서비스 출시 후 유지해오던 수수료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자영업자 대상 ‘맞춤형 요금제’를 도입했다. 신규 입점업체는 프로모션 혜택을 3개월간 누릴 수 있지만 기존 업체들은 서울지역에서부터 먼저 종료된다. 쿠팡이츠는 자영업자 자영업자들과 동반성장을 위해 단건배달 기준 업계 최저 수준으로 수수료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단건배달’ 중심 쿠팡이츠 서비스 정상요율은 ‘중개수수료 15%+배달료 6000원(고객과 점주가 분담)’이었다. 변경된 요금제 중 일반형 적용시 수수료는 9.8%, 배달료는 5400원으로 인하된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2020년 서비스 출시 때부터 최근까지 입점업체들에 프로모션 요금으로 건당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을 받아왔다. 중개수수료와 배달료 비중을 달리해 자영업자별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프로모션 혜택을 받으며 지불했던 비용보다는 증가할 수 있다.

쿠팡이 멤버십 혜택을 추가하고 쿠팡이츠 동반성장을 강조했지만 궁극적으로 서비스 이용료를 인상한 배경에 대해 업계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 3월 뉴욕 증시 상장 이후 매분기 흑자전환 시기에 대한 압박을 받아 온 쿠팡이 수익개선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 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기록을 써와 지난 3분기 매출만 5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영업손실도 함께 늘어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는 4조8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쿠팡은 주가가 연일 하락하며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쿠팡 주가는 현재 공모가(35달러) 이하 수준인 30달러 전후에서 몇개월째 머물러 있다.

업계에선 와우 멤버십 회원 수를 500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쿠팡 충성고객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일부 개선할 수 있다.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는 배달주문 앱 시장에서도 쿠팡이츠 맞춤형 요금제 도입으로 적자 폭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요금제 인상으로 얻는 효과는 소비자 및 자영업자 이탈 규모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와우 멤버십’ 대규모 고객 이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네이버·11번가·이베이코리아 등 주요 이커머스 유료 멤버십 가격이 이미 비슷한 가격대 혹은 더 높은 연회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소상공인 위주 쿠팡이츠 입점업체들은 프로모션가 대비 높아진 수수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쿠팡 요금 인상을 두고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최근 수익성 악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부가 서비스 매출 비중 확대는 전사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흑자전환으로 이어지기엔 아직 부족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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