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구형 반도체 부품으로 여겨지던 리드프레임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플립칩(FC) 방식의 차세대 패키지 기판 침투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리드프레임은 자동차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19일 해성디에스는 3500억원을 들여 경남 창원사업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오는 2026년까지 리드프레임과 패키지 기판 제조시설을 기존 8만6576제곱미터(㎡)에서 15만7200㎡ 규모로 확장하는 게 골자다.
주목할 부분은 리드프레임 생산능력(캐파) 확대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와 인쇄회로기판(PCB)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거미다리 모양의 부품이다. 칩을 기판에 고정시키는 버팀대이면서 그 자체로 기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판을 담당할 때는 반도체와 와이어로 이어진다.
합금 재질인 리드프레임 튼튼함이 강점이지만 그만큼 두껍다는 단점이 있다. 1970~80년대부터 사용했을 정도로 오래된 기술이기도 하다. 반도체와 기판을 공 모양의 솔더볼로 연결하는 FC 기술이 도입되면서 리드프레임 비중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해성디에스가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새로운 수요처가 생겼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가 대상이다. 차량용 반도체에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칩(PMIC) 등이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차량용 반도체는 수요공급 불균형을 겪었다. 10개 미만에서 수십 개까지 탑재되는 이 제품으로 인해 자동차 출고가 수개월에서 1년 이상 늦어지고 있다. 이미 부족한 상황에서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 시대로 가면서 자동차에 투입되는 반도체 숫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자동차 산업은 안정성과 신뢰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다른 분야 대비 부품 적용 등이 보수적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테스트만 4-5년 이상 소요된다. 따라서 FC 기판보다는 성숙된 리드프레임 기반 패키지를 선호한다. 가격 측면이나 극한의 환경에서의 내구성도 리드프레임이 앞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완성차업체로 돌아가기 때문에 부품 선정에 매우 신중한 편”이라며 “안정성을 제외하더라도 차량용 반도체가 높은 성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비싼 FC 기판을 활용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성디에스의 리드프레임 부문 주요 고객은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다. 이들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다. 해당 분야에서 리드프레임이 대세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해성디에스 외에 일본 미쓰하이텍과 신코, 대만 SDI, 중국 ASM퍼시픽과 창와테크놀러지 등도 리드프레임 생산량을 늘려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