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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입 닫고 있을땐 언제고… 애플코리아의 뻔뻔함

한주엽 기자

아이팟 등 애플 제품을 수입해서 국내에 판매하는 애플코리아가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새로운 운영체제인 스노우 레퍼드를 공개하기 위한 자리였다. 특히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7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애플 스노우 레퍼드 vs. MS 윈도7의 비교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가격, 편의성, 성능 등 여러 항목을 조목조목 비교하며 윈도7을 평가절하했다. 심지어 “윈도7은 비스타와 전혀 다를 바 없다”며 윈도7의 의미를 축소시켰다. 메신저 비교에선 “MS가 더 제공하는 건 광고밖에 없다”는 조롱 섞인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관련기사 참조).


몇달 전 아이팟 배터리 사고로 한창 시끄러웠을 땐 입 꾹 닫고 있었던 그들이지만 이날만은 작정이나 한 듯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이유야 분명할 것이다. 윈도7으로 인해 생긴 PC 대기 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대단한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대형 마트에 전시된 애플 PC 2대 중 1대는 부트캠프 깔아놓고 윈도 운영체제를 띄워놓는다는 사실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윈도도 잘 돌아갑니다”는 광고로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물론 그들의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공개석상에서 상대 기업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건 전략이 아니라 스스로의 치졸함을 알리는 행태일 뿐이다.


특히 배터리 사고와 관련한 민감한 사안은 본사 방침이라며 입 꾹 닫고 쉬쉬했던 그들이었기에 이러한 발표는 더욱 씁쓸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번 발표도 본사 방침에 따라 이뤄졌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일정 부분에선 애플 제품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소비자 친화적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애플이란 기업은 소비자 친화적인 회사가 아니다. 아이팟 배터리 사고, 그리고 이를 둘러싼 기술표준원과의 ‘리콜’ 공방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 남아 있다.


애플과 애플코리아는 남에 집 자식 폄하할 게 아니라 집안 문제부터 마무리 해야 한다. 기술표준원도 하루 빨리 이 일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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