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해설] IBM 메인프레임 생태계 다시 살아날까

백지영 기자
- “IT인프라 통합 관리 차원에서 유리”…z엔터프라이즈로 분위기 반전 기대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그동안 국내 메인프레임 시장은 유닉스와 x86서버 진영의 거센 공격에 시달려왔다.

국내의 경우, 실제로 상당수 IBM 메인프레임 고객들이 오픈 환경의 유닉스를 선택했다.최근에는 국세청과 한국전력이 이를 검토하고 있어 IT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와함께 메인프레임을 사용 중인 금융권 고객 중 일부가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종종 들려온다.

사실 메인프레임의 안정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1964년 IBM이 첫 메인프레임 시스템인 360을 출시한 이후, 전세계에서 계속해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으며, 현재에도 전 세계 상위 50대 은행 중 47개 은행에서 IBM의 메인프레임을 운영하고 있다.

◆메인프레임 하락세 지속…‘통합’ 내세운 신제품, 효과 있을까=국내 금융권에서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 대형 은행에서는 여전히 메인프레임의 열렬한 고객으로 남아있다. 지난해엔 비씨카드와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등을 새로운 고객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메인프레임의 유지보수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IBM에서는 총소유비용(TCO)이나 실제 운용환경의 효율성이나 안정성 등을 근거로 인식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IBM 메인프레임의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24%나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IBM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메인프레임 신제품인 ‘z엔터프라이즈’를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29일 한국IBM은 유닉스와 x86 서버 등 이기종 플랫폼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개념의  z엔터프라이즈를 공식 발표했다.

물론 메인프레임 시스템 안에 유닉스와 x86을 통합시키는 것은 아니다. 유닉스 및 x86서버를 탑재한 별도의 블레이드 시스템(zBX)를 ‘유니파이드 리소스 매니저(URM)’라는 펌웨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메인프레임 시스템과 연동, 수평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IBM 시스템 z 기술영업 담당 윤병훈 상무는 “기존의 메인프레임 시스템이 단순히 스케일 업 방식으로 성능만을 향상시켜왔다면, 이번 제품은 이와 더불어 수평적으로도 인프라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zBX라는 별도의 블레이드 시스템에 고속 네트워크를 장착해, 다양한 플랫폼 간의 워크로드를 빠르게 이동시켜 업무로드를 최적화한다는 설명이다.

◆메인프레임 신제품, 독일까 약일까=IBM은 이번 메인프레임 신제품에서는 자사의 유닉스 및 x86 서버에 한해서만 통합 관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와 관련해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귀추도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IBM 시스템으로만 구성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강한 종속성 문제가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메인프레임과 통합 관리될 수 있는 유닉스 및 x86 서버도 기존에 운영 중인 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존에 사용 중인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일부 고객에 국한될 수도 있어, 오히려 이번 제품 출시를 계기로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IBM 김석열 상무는 “물론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어떠한 것은 메인프레임과 묶어서 관리했을 때 효율적인 반면, 그렇지 않은 상황도 분명히 있다”며 “다만 고객들이 업무 환경에 맞춰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옵션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또 함께 출시한 ‘스마트 애널리틱스 옵티마이저’와 같은 어플라이언스 형태의 제품들도 계속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IBM 본사는 최근 메인프레임 사업부(시스템 z)와 유닉스 서버(시스템 p)사업부를 총괄하는 매니저를 한명으로 합쳤다고 밝혔다. 사업부 자체가 합쳐진 것이 아니라, 이를 총괄하는 매니저만 일원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한 유닉스 서버 통합 전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티은행 등 대형 글로벌 금융권 위주 공략 강화=IBM은 지난해부터 z솔루션 에디션이라는 프로그램 제공하며 유닉스와의 가격 차이를 좁혀나가고 있다.

메인프레임을 10여가지 솔루션과 함께 패키징해서 구입할 경우, 기존 시스템 가격 대비 최대 80%까지 저렴하다는 것이 IBM 측의 설명이다. 이는 z엔터프라이즈의 경우에도 해당한다.

김석열 상무는 “z엔터프라이즈 196 시스템을 이전 모델인 z10과 비교했을때 가격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다”며 “다만 zBX 등이 출시된 이후에 가격 정책은 다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BM 측은 이번 신제품 지난 3년간 연구개발비 1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전세계 IBM 최상위 고객사들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고객 중에는 시티은행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IBM이 z엔터프라이즈를 앞세워 또 다시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반면 하반기 중으로 대형 유닉스 서버인 슈퍼돔 2를 출시할 예정인 한국HP도 현재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이서, 시장 헤게모니를 둘러싼 IT업체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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