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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하이닉스 매각, 잊지말아야할 원칙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구주) 15%(8850만주)에 경영권 프리미엄 15~20%를 얹으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2조5000억~2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증권가와 업계의 추정이다.

하이닉스 매각에 번번이 실패한 채권단은 이번 딜에서 “구주 매각과 함께 신주 발행도 겸하겠다
는 복안을 밝혔었다. 인수 후보가 신주를 가져오면 향후 하이닉스의 주인이 됐을 때 신주를 확보하면서 투입한 자금을 운영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채권단의 이 같은 복안은 결과적으로 SK텔레콤과 STX를 인수전에 끌어들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최근 신주 발행 비율을 놓고 채권단과 인수 후보 기업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채권단이 구주 매각 비율을 높여 최대한 많은 자금을 회수하려 하고 있다는 것. 아직 인수자 평가 기준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더 많은 구주를 인수하는 기업에 가산점을 주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인수 후보 업체들은
화장실 들락날락할 때 마음이 다른 것 아니냐신주 발행 비율을 높여야만 향후 하이닉스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반도체 사업을 인수하면 플러스 프리미엄 보다는 당장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더 크다”며
“회자되고 있는 채권단 경영권 프리미엄 15~20%도 사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그간 반도체 업계의 대형 인수합병 사례를 보면 부채 및 고용 승계, 미래 투자 조건을 제시하고 최소한의 현금을 투입했다는 것. 물론 이는
헐값 구매와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하이닉스 인수 후보자들은 신주 매입을 통해 투자 여력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매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이다. 정확하고 빠른 의사 결정이 있어야 경쟁력이 지속된다. 능력 있는 좋은 주인을 만나야 오래 가고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인이 없어 증자 등 재무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하이닉스는 위기가 닥쳤을 때 데미지를 100% 받아야 하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 산업 사이클로 보면 당장 내년부터는 급격한 시황 악화가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여전히 잘 하고 있지만 1위 삼성전자와는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채권단이 하이닉스 매각에 신주 발행 비율을 높이고 인수 후보 업체의 부담을 덜어줘 이번 딜을 꼭 성사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채권단의 인수자 평가 기준은 구주 인수 비율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하이닉스의 성장과 미래 동력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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