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하이닉스 매각… STX에 부정적 여론 조성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예비실사 종료 등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 작업이 ‘5부능선’을 넘은 가운데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인수후보업체로 나선 STX에 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16일 하이닉스반도체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몇 푼의 매각대금에 눈이 멀어 기간산업을 외국자본에 팔아먹거나 경영능력도 없는 기업에 매각하는 짓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성장가능성 ▲인수자금 조달방법 ▲재무여력 ▲인수 시너지 ▲미래 비전제시 ▲직원이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 등 비가격적 요소를 보다 본질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 노동조합은 지난 8월에도 “불분명한 외국 자금 유입으로 인한 기술유출 우려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고 성명을 냈었다. 성명에는 특정 업체명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이를 STX를 염두에 두고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STX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투자회사인 아바르를 재무적 투자자로 유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가 STX의 품에 안길 경우 핵심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재무 상황으로 장기 투자를 지속하는 하이닉스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에 채권단은 최근 외국계 컨소시엄의 경영권 참여 제한 및 회사 자산매각을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이번 성명에서
‘매국’ 혹은 ‘도둑’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향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 노동조합이 이러한 성명을 낸 것은 사실상 회사 직원들이 STX보단 SK텔레콤을 원한다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며 “비가격 요소를 본질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SK텔레콤이 인수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단이 최근 발표한 20%(신주+구주) 지분 매각 방침도 인수후보자로 참여한 SK텔레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주회사 SK의 자회사인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면 현행 지주회사법상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하이닉스 채권단은 오는 10월 말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1월 말까지는 매각 절차를 종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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