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기업 ERP시장이 들썩인다… MS ‘경계령’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중견∙중소기업 기업자원관리(ERP) 시장에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이 시장은 주로 SAP∙오라클 등 대형 ERP 업체와 더존비즈온∙영림원∙ 비젠트로(유니ERP) 등 색깔이 분명하게 갈리는 두 그룹이 이끌어 왔으나 최근에 주목할만한 변화가 생겼다.
한국MS의 가세로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상하는 전망이 부쩍 늘고 있는 것.
한국MS는 '다이나막스 ERP'를 앞세워 조금씩 국내 중견 ERP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외형상 ERP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MS가 가진 폭넓은 제품 라인업과 국내 시장 특유의 민첩한 마케팅 전략이 결합될 경우 그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MS는 최근 아웃백스테이크 등 자사의 신규 ERP고객사로 확보했다. 앞서 지난 8월 출시한 신제품을 앞세워 6개월 만에 4개사의 고객을 얻었다.
아직 기존의 경쟁자들을 넘어서는 단계는 아니지만 급성장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MS 플랫폼 기술에 의존해 왔던 기업들의 경우 큰 거부감 없이 다이나믹스 ERP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ERP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 중에는 모든 IT 환경을 MS 기술 기반으로 구성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면서 “이런 기업들에는 MS ERP도 경쟁력이 있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다이나믹스 ERP의 가장 큰 장점은 MS 제품이라는 점이다. MS 오피스∙셰어포인트 등 MS의 사무용 소프트웨어와 ERP가 긴밀하게 연동되고, 지식근로자들도 MS적인 사용자환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MS는 엑셀에서 작업하다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다이나믹스 ERP와 동기화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MS 김지현 부장은 “다이나믹스 ERP는 MS 오피스와 완벽하게 통합돼 있다”면서 “UI도 윈도 탐색기나 엑셀과 유사하기 때문에 특별한 교육없이 사용자들이 쉽게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다이나믹스 ERP를 도입해 이용 중인 CTC바이오의 전략기획팀 정휘영 부장은 “다이나믹스 AX의 오피스 클라이언트를 통해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입력을 엑셀로 작업하면 ERP 시스템에 동기화 돼 보고서 작성 및 데이터 입력 시간을 60%이상 절감했고, 별도의 수작업 없이 임직원들은 셰어포인트 상의 경영지표를 실시간으로 참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MS는 ERP 시장에서 강자가 아니다. 글로벌 ERP 시장은 SAP와 오라클이 양분하고 있으며, MS의 지분은 크지 않다. 그러나 시장을 중견∙중소기업으로만 축소해 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시장을 분석한 가트너 매직쿼더런트(2010년)를 살펴보면, MS의 다이나믹스 AX와 SAP의 비즈니스 올인원만이 리더 쿼더런트에 포함돼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조사에서도 MS가 가장 상단에 위치해 있다.
중견∙중소시장에서만큼은 MS가 ERP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MS는 이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진행 중이다. MS는 1년에 약 9조원 정도를 R&D에 투자하는데, 이 중 1조 2000억 원을 ERP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MS 내에서 ERP를 개발하는 인력만 1700여 명이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시장의 이야기일 뿐이다. 국내에서는 MS ERP에 대한 존재조차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한국MS가 이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MS 측은 지난 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총판도 1개사에서 7개사로 늘렸고, 한국MS 내부에도 마케팅, 영업, 파트너관리 등의 전담 직원을 배정했다. 국내 ERP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ERP 시장에서 MS의 전략은 2티어(tier)라고 정의된다. SAP ERP를 사용하는 고객일지라도 모든 지사와 자회사에서 SAP를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 MS의 주장이다.
본사는 SAP를 쓰고, 지사나 자회사에서 다이나믹스 ERP를 쓰면 구축기간이나 총소유비용 면에서 훨씬 이득이라고 MS는 강조한다. 기존의 투자를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투자를 전략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MS 본사는 SAP ERP를 쓰지만, 해외지사는 다이나믹스 ERP를 쓴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지현 부장은 “MS 다이나믹스 AX 사용자의 33%가 타 ERP 제품과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그 중 SAP 올인원과 병행해 사용하는 사용자가 1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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