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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 재송신 협상 고비…또다시 방송중단?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사업자간 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올해 초 벌어졌던 방송중단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지난달 8월말까지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법적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티브로드, 현대HCN, 씨앤앰 등 케이블TV 사업자(이하 MSO)에 보냈다.

◆280원 내놔라 VS 누구맘대로 280원?=지상파 방송사들은 MSO들에게 CPS 방식으로 가입자당 월 280원을 지불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은 CJ헬로비전을 대상으로 지상파3사가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중지 가처분 소송' 2심 판결에서 '간접강제'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에 CJ헬로비전은 하루 500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물게됐고 협상이 계속 난항을 겪으면서 간접강제금도 수십억원으로 쌓여만 갔다. 갈등 끝에 방통위가 조정에 나서며 올해 1월 지상파 방송사와 CJ헬로비전은 재송신 협상을 타결지었다.

CJ헬로비전의 계약으로 지상파와 전체 MSO의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티브로드, 씨앤앰, HCN 등은 지상파의 가입자당 280원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이유는 CJ헬로비전과 지상파간 계약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의 계약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져있지 않다. 계약서상 가입자당 280원을 지불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간접강제금 감면, N스크린 계약(티빙) 등 다양한 조건들이 붙어 실제 내는 금액은 훨씬 적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CJ헬로비전이 가입자당 140원에 계약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다른 MSO들은 지상파의 가입자당 280원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다시 방송 블랙아웃 사태 오나=그럼에도 불구,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른 SO들에게 가입자당 280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법적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CJ헬로비전의 사례를 볼 때 결과는 지상파 승리가 뻔하다. 소송이 제기되면 MSO들은 디지털케이블 방송에서 지상파 채널을 내리거나 간접강제금을 내든지 택해야 한다.  

KBS는 "케이블SO와의 재송신 계약체결 지연으로 IPTV, 위성방송사업자 등이 재송신료 정산을 거부하는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MBC 역시 "양해각서 체결이후 제휴협의가 마무리 되었지만 장기간 재송신 계약체결이 되지 않아 부득이 법적소송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SBS 역시 같은 내용의 공문을 MSO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MSO들은 대가 280원에 대한 근거, CJ헬로비전간의 계약 등을 내세워 지상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MSO 관계자는 "지상파가 속시원하게 280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면 검토하겠지만 근거가 없다"며 "지금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상파가 법적대응을 하면 간접강제금을 물거나 방송을 내리거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연내 재송신제도 개선안 마무리 할까=우여곡절 끝에 지상파-케이블간 협상이 타결돼도 끝난 것이 아니다. 협상 결과가 반영되는 것은 올해까지다. 내년에는 다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가입자당 280원에 계약한 IPTV 사업자나 위성방송사업자도 잔뜩 벼르고 있다.

지상파-케이블간 갈등이 내년에는 지상파-전 유료방송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유일한 해결방법은 법·제도 근거를 마련이다. 공영, 민영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 의무재송신 법위를 결정하고 대가산정을 투명하게 결정하는 것만이 오랜 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여전히 정책결정에 뜸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불발된 방통위의 제도개선은 올해 초 공영, 민영 구분 및 의무재송신 포함 대상에 대해 복수의 안을 마련하며 법제도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색채가 짙은 방통위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지상파에 불리한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기여한 것이 있고 지상파는 무조건 받으려고만 하니 입장차이가 좁혀질 수가 없다”며 “법제도 근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 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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