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끈끈했던 케이블TV, 사분오열 위기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 현안마다 강력한 유대관계를 자랑했던 케이블TV 업계가 최근 심상치 않다. 지난해 까지만해도 지상파 재송신을 놓고 송출중단, 법적대응 등 공동보조를 맞췄던 케이블이지만 올해들어 사업자마다 제각각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간 반목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공동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협회도 명확한 대응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 서로의 권역을 침범할 일이 없었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위성방송·IPTV만 적이었지만 앞으로는 SO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현대HCN, 씨앤앰, CMB 등 5대 MSO는 지난해 지상파 재송신 계약과 관련해 한 몸으로 대응했다.

공동 기자회견, 디지털방송 송출 중단 등 강경책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블이 법적 소송에서 패하며 막대한 간접강제금 때문에 탄탄한 유대관계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올해 초 CJ헬로비전이 처음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 대가협상을 체결했다. 가입자당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CPS)으로 지상파 요구인 280원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140원 수준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다.

어찌됐든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등 남은 MSO들은 CJ헬로비전이 체결한 수준, 그러니까 액면 그대로 280원이 아닌 할인된 수준을 원했지만 지상파들은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지상파는 과거 CJ헬로비전에 했던 것처럼 재송신 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CJ헬로비전때와 마찬가지로 예상되고 있다. 지상파에 하루 1억5000만원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러자 씨앤앰이 대오에서 이탈했다. 최근 씨앤앰은 지상파와 재송신 대가협상에 합의했다. 문제는 올해분만 협상을 체결해도 되는데 3년이라는 장기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씨앤앰의 다년계약으로 남은 MSO들은 소위 '멘붕' 상태에 빠졌다. 수도권 최대 MSO인 씨앤앰의 이탈로 협상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특히, 다년 계약 체결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송신 제도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남은 MSO들의 전망이다.

방통위는 당초 9월까지 재송신제도개선안을 마련하고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관련기사> 방통위, 이달 중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마무리

하지만 지난 9일 열린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는 12월에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에서는 "대선이 열리는 12월에 방통위가 현재 체계보다 지상파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개선안을 과연 내놓을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현재 남은 MSO들은 공동대응을 기본방향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각개전투를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협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올해말 계약이 종료되는 CJ헬로비전이 향후 어떤 입장을 갖고 재송신 협상에 임할지도 관건이다. 최근 CJ법이라며 국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제동을 건 가운데 CJ헬로비전이 기존과는 다른 입장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 재송신 협상의 공동대응 원칙이 무너지면서 각 MSO들은 앞으로 복잡한 주판알 튕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