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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규제 강화 움직임…싸게 파는 게 죄?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청와대가 이동통신 보조금 규제 의지를 표명, 이동통신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최근 이동통신3사의 단말기 보조금 과다 지급이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며 “이동통신 시장과열에 따른 제재 및 제도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보조금 과다지급과 관련해 방통위 시장조사가 이미 실시됐다”며 “결과에 따라 위법성을 검토하고 제재방안을 마련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14일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고 청와대가 보조금 제재 수단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만큼, 강력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잉 보조금의 경우 시장혼란, 이용자 차별 등 역기능도 있지만 실제 고가의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새정부 출범…강력한 제재조치 이어질 듯=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이통 3사에 대해 각각 20여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13일 KT를 마지막으로 3사의 영업정지는 끝난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영업정지 기간 중인 사업자 고객을 빼내기 위한 보조금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13만원 갤럭시S3를 넘어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SKT, KT 망을 사용하는 재판매 사업자(MVNO)까지 가세하며 영업정지 전보다 보조금 규모가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 시장은 전혀 안정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받은(?) 정부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솜방망이 평가를 받는 과징금 수위의 상향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원이나 정치권 모두 보조금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2008년 3월 일몰됐던 보조금 규제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싸게 파는 게 죄?…정부가 왜 개입하나=하지만 정부의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싸게 파는데 왜 정부가 앞장서 가격을 올리냐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말기 가격이 올라갔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없이 보조금만 낮출 경우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혜택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기변경에 대한 혜택은 번호이동 보다 훨씬 적다. 고가의 단말기 가격은 그대로이고 통신요금 인하 없이 보조금만 낮출 경우 정부가 통신사 수익을 보전해 준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다른 가전제품이나 공산품, 식료품 모두 매장이나 특정시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휴대폰에만 일괄적인 가격정책을 적용할 경우 민간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정부가 자의적인 이용자 차별 가격기준을 정해 시장의 자율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며 “마케팅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조정하도록 제한해 사실상 마케팅비 수준을 담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 5:3:2 구도 고착화 될 수도=정부의 강도 높은 보조금 규제 움직임에 통신3사는 일단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마케팅비용만 줄여도 이익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환영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네트워크 품질, 요금수준이 평준화된 상황에서 가입자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좋은 스마트폰을 싸게 제공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야 2G, 3G 고객을 LTE로 옮길 수 있고 이를 통해 가입자당매출(ARPU)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후발 사업자는 가입자 확보가 사실상 힘들어질 수 있다. SKT의 경우 ‘스피드 011’시절부터 이어져온 충성도가 높은데다 시장점유율 50.5%만 지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시장이 안정화되면 점유율 유지가 그만큼 쉬워진다.

반면, 성장에 목마른 KT나 LG유플러스는 실질적으로 가입자 기반 성장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이동통신 5:3:2 점유율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강해지면 당장 시장 안정화 효과는 나타나겠지만 시장은 고착화될 수 밖에 없다”며 “통신, 제조, 콘텐츠 등 전후방 산업을 아우르고 고가 요금제 이용자에게는 보조금을 더 지불하는 등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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