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결국 분산된 주파수 정책…방송·통신 갈등 어쩌나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여야의 정부조직개편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우여곡절끝에 출범하게 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했던 창조경제의 핵심엔진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ICT 관련 정책 분산이 개선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미래부가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를 총괄해야 하는데 향후 방통위, 문화부, 지경부 등과의 정책마찰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당연히 미래부가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주파수 정책이 결국 방통위, 미래부, 총리실 등으로 분산되면서 최악의 조직개편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쟁점사안인 종합유선방송(SO) 업무를 방통위에서 미래부로 이관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사실 SO 소관부처 건은 몇몇 타깃이 된 SO를 제외하고는 정치권에서만 논쟁거리였지 정작 시장에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여야 협상이 진행되면서 논란이 된 사안은 주파수 정책이었다. 이달 3일 여야가 작성한 정부조직개편 잠정합의문에 따르면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가,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가 각각 관리하기로 했다. 또한 신규 및 회수 주파수 분배는 국무총리 산하에 (가칭)주파수심의위원회가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합의문이 공개된 이후 시장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어느 부처가 주파수 정책을 총괄할지 여부를 떠나 주파수 정책을 산업별로 구분한다는 발상 자체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방송과 통신이 급속도로 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주체를 따로 한 것은 시대착오적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의 잠정합의는 결국 현실이 됐다. 주파수는 기업, 산업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용도, 할당방식을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통신시장에서는 당장 필요 없어도, 경쟁사에 도움이 될까봐 무조건 확보하는 게 바로 주파수다.

이러한 주파수를 관리하고 할당하는 주체를 3등분해 놓은 것이다. 전반적으로 학계, 업계에서는 진흥을 담당하는 미래부가 주파수 정책을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다. 양보해 방통위가 총괄할 수도 있지만 분리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였다.

당장 아날로그 방송 종료로 나온 700MHz 주파수를 놓고 방송과 통신의 극한대립이 예상된다. 당초 방통위는 700MHz 주파수 108MHz폭 전체를 모바일 브로드밴드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방송업계의 반대로 40MHz만 통신용으로 할당한 상태다. 앞으로 방송·통신 주파수 관리 주체가 달라진 만큼, 700MHz 황금주파수를 둘러싼 방송·통신업계의 갈등, 대립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방송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주파수 중 여유대역이 발생할 경우 통신, 공공용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관리주체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방통위, 미래부, 총리실 동수로 주파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재할당하는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정책혼선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정부, 학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윤현보 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은 "다른 나라들은 전파를 일자리창출,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기가막힌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파수를 통신용, 방송용으로 나눠 관리하고 신규주파수는 국무총리실이 담당하도록 했는데 이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도 "주파수는 기본적으로 관리 뿐 아니라 재허가, 회수·재배치 등 한 기관에서 전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되는데 관리, 분배 기관이 제각각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방송으로 쓰다가 여유대역이 나오면 통신용으로도 사용하는 건데 나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