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분류

[취재수첩] 코드명 ‘막걸리’는 어떨까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주요 업체들이 개발 중인 신제품에는 코드명이 붙게 마련이다.

삼성전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5 옥타 5410의 개발 코드명은 ‘아도니스’였다고 한다. 아도니스는 그리스 신화의 미소년을 뜻하는 단어다. 회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엑시노스5 옥타의 고성능, 저전력을 내부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코드명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그리스를 좋아하는 듯 하다. 결정권자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 것은 아닐까. 엑시노스라는 브랜드도 그리스어로 Smart(Exypnos)와 Green(Prasinos)의 합성어라고 한다.

삼성전자에서 TV 사업을 관장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와인과 관련된 단어를 코드명으로 쓴다. 2012년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첫 선을 보인 삼성의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코드명은 ‘그랑크루’였다.

그랑크루(GrandCru)는 1등급의 포도밭을 뜻하는 와인 전문 용어다. 와인 업계에선 고품질의 양조장과 와인에 그랑크루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2006년 출시한 보르도TV로 세계 TV 시장 1위에 오른 기억을 되새기며 이 같은 개발 코드명을 붙였다고 했다.

무선사업부는 비교적 단순하다. 갤럭시S4의 개발 코드명은 ‘J’, 갤럭시노트3는 ‘H’다. J가 신종균 사장의 J(종)가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반기에서 ‘전’을 뜻하는 J, 후반기에서 ‘후’를 뜻하기 위해 H를 코드명으로 붙였다. S는 전반기, 노트는 후반기 출시된다는 점을 착안, 내부적 소통 코드명을 단순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개발 중인 신제품을 밖에 내놓길 꺼려하지만 이런 코드명이 외부로 알려지면 엄청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반도체 업계 1위 인텔은 예전부터 개발 코드명으로 지명을 써왔다. 2006년 발표한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의 내부 코드명은 ‘나파’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밸리가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당시 인텔의 코드명을 접하곤 알았던 기억이 있다.

삼성전자는 어느덧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삼성의 제품 하나하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 아도니스, 그랑크루, J, H도 좋지만 우리 지명, 우리의 상품을 코드명으로 쓰는 건 어떨까.

코드명 수원, 코드명 탕정, 코드명 막걸리 등 삼성 제품으로 인해 한국의 세세한 지역과 상품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AP에 ‘오딘’이라는 북유럽 최고 신의 이름을 코드명으로 붙인 LG전자는 ‘한강’을 코드명으로 짓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가수 싸이가 미국 방송에서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친 후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삼성’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비난만 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 준다면 삼성도 이들과 화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한주엽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