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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맹비난한 다이슨…기술은 없고 자존심만 남았다

이수환 기자

- 로봇청소기 시장 확대에 대응 못하고 있어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영국 생활가전 업체 다이슨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한 가운데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이슨은 영국은 물론 유럽 진공청소기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진공청소기 시장에서 적지 않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일렉트로룩스조차 영국에서 관련 제품 판매를 사실상 포기했을 정도로 다이슨의 입지는 상당하다.

국내에서 다이슨은 영국 국민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실상은 조금 다르다.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이 1983년 개발한 최초의 진공청소기 ‘G-포스’는 일본에서 먼저 주목받았고 1993년이 되어서야 영국에서 ‘DC01’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사업을 꾸준히 확장한 다이슨은 2002년 영국에 있던 공장을 말레이시아로 옮기기로 결정한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영국에게 있어 다이슨의 존재감이 상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분위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행정부 수반인 토니 블레어 총리조차 유감 표명을 했을 정도다.

제임스 다이슨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대신 영국내 연구개발(R&D) 분야를 강화하는 비즈니스를 수차례 강조했다. 영국 본사는 70여명의 R&D 인력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저렴한 가격과 고성능 로봇청소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도 제품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 이후 다이슨은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생활가전 1위 천명한 국내 기업 선제 대응=다이슨에게 있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반갑지 않은 상대다. 양사 모두 오는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1위를 천명했고 이를 위해서는 유럽이 가장 중요한데 하필이면 진공청소기와 같은 소형 백색가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은 경제위기 이후 서유럽, 남유럽을 중심으로 로봇청소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는 2011년 4분기 로봇청소기 판매가 두 배로 높아졌다. 특히 스페인은 올해 1분기 전체 진공청소기 가운데 30%가 로봇청소기로 나타났다. 유럽 전체로 로봇청소기 비중은 13%로 추정되며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봇청소기 라인업이 없는 다이슨은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국내 업체가 유럽 소형 백색가전에서 진공청소기, 로봇청소기에 주력하는 전략을 사전에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이번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 “삼성전자 모션싱크 진공청소기는 한국 거대 기업의 냉소적인 모조품”이라며 “삼성전자 진공청소기가 다이슨의 특허기술을 도용하고 있으나 제품의 성능이 같은 것은 아니며 고의적으로 또는 무모하게 다이슨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영국 고등 법원에 제소한 것이지만 소송에 비용을 쓰느니 차라리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투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송비용을 R&D에 쓰고 싶다면서 먼저 소송을 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모션싱크는 고유의 기술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고 적극적인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다이슨의 특허침해 소송은 향후 유럽은 물론 전 세계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특히 2008년 먼지봉투가 없는 ‘사이클론’ 기술을 대상으로 주장한 2건의 특허 가운데 1건만 재판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렇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이클론 진공청소기로 유럽에서 쏠쏠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삼성전자, LG전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 일반형 진공청소기 생산량에서 1, 2위를 다퉜다. 이후 사이클론을 적용한 프리미엄 모델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다이슨의 특허침해 소송이 이뤄지고 있으니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이번 특허침해 소송이 유럽에서 삼성전자 프리미엄 진공청소기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겠지만 로봇청소기를 비롯해 다이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제품이 다수여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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