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지스타2013, 흥행 우려 속 선방…풀어야 할 과제는

이대호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게임쇼 ‘지스타2013’이 막을 내렸다.

올해 지스타는 주요 게임업체들이 불참한데다 정부의 규제 이슈까지 겹치면서 개막 전부터 흥행에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주말에 대거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전년 관람객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스타를 주최한 한국디지털인터넷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발표에 따르면 올해 일반전시(B2C)관 흥행 성적은 4일차 관람객 4만9000명(추정)을 더한 총 18만8707명(중복 관람객 제외)으로 전년 18만7148명을 넘어섰다. 흥행 우려 속에서도 선방한 모습이다.

◆외산게임 강세 뚜렷=올해 지스타에서는 외산 온라인게임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불참한 가운데 블리자드가 자체 개발한 신작 4종을 앞세웠고 넥슨도 미국 밸브가 개발한 도타2를 주요 타이틀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스타 전시관 옆 오리토리움에선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경기가 진행됐다.

블리자드는 올해 B2C관 현장에서 흥행 파워를 과시했다. 기대작으로 부상한 적진점령(AOS)게임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이 흥행의 중심축 역할을 맡은 가운데 디아블로3 확장팩과 하스스톤 등도 힘을 보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국산 온라인게임의 전시는 올해 지스타 B2C관에 처음 참여한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이 중심이 됐다. 다음은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을 중심으로 온라인 골프게임 ‘위닝펏’ 등을 전시, 열띤 호응을 얻었다.

◆모바일게임, 흥행 중심축으로=지난해 지스타에서 전시 비중이 대폭 확대된 모바일게임은 올해 들어 흥행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PC온라인게임의 경우 이용등급 제한과 다소 복잡한 조작 때문에 연령대가 낮은 관람객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반해 모바일게임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장르가 많아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접근하기에 용이하다.

넥슨은 전략 RPG 장르의 ‘영웅의 군단’을 공개했다. 총 120여종의 영웅들을 육성하고 지휘할 수 있는 게임으로 현장 관람객 반응이 뜨거웠다. NHN엔터테인먼트의 포코팡은 지스타 야외부스에서 대전(PVP) 이벤트를 벌이고 여타 지역에서도 수시로 이벤트를 개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네오싸이언은 ‘퍼즐앤드래곤’, ‘발차기공주 돌격대’ 등을 공개했다.

올해 지스타는 B2C관 입장 기준 오른쪽 측면 100부스 규모에 헝그리앱이 8개 파트너사와제휴를 통해 총 24종의 모바일게임을 전시했다. 그리(GREE)와 게임로프트, 구미, SK네트웍스서비스 등이 게임을 출품했다.

◆내년 지스타 항방은…“국산 온라인게임 없어” 우려 제기=올해 지스타의 주변 평가는 ‘우려 속 선방’이다. 지스타 첫날만 해도 전년대비 휑해 보이는 전시부스에 더해 눈에 띌 만큼 줄어든 관람객 때문에 현장에서는 “내년 지스타가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물론 주말에 관람객이 몰려 지난해 흥행 성적을 넘어섰지만 외산 게임의 강세가 뚜렷해지고 국산 온라인게임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를 떨칠 수 없기가 쉽지 않다.

현재 외산 게임에 대항할 만큼 고품질의 온라인게임 개발능력을 가진 업체는 한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온라인게임 시장 위축에 따라 모바일게임 사업에 집중하는 업체가 많아진 탓이다.

수년간 개발하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매년 지스타 출전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중독법처럼 대외 이슈가 터져 지스타 참가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내년에도 주요 업체의 불참이 이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국내 업체가 자체 개발 중인 대형 온라인게임은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과 중견 개발사 몇 곳에서만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들 업체가 모두 지스타에 참가해야 2~3년전 출품작이 풍성했던 시절에 견줄 수 있을만큼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내년 지스타 흥행 여부는 결과적으로 국내 온라인게임의 해외 성공에 달려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시장인 중국에서의 성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에 진출한 게임이 호응을 얻지 못할 경우 업계 전반이 긴축재정 기조 속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 불참 사례가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지스타서도 ‘중독법’이 이슈=지스타에서도 ‘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이슈로 떠올랐다. 지스타 기간 중 K-IDEA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하고 한국규제학회와 한국정책과학학회에서 공동 후원하는 세미나에서 중독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범 변호사는 지난 15일 지스타 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서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로서 이들(마약류 및 사행행위)과는 행위의 허용성에 있어서 동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며 “나아가 물질중독을 야기하는 알코올, 마약류와 달리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행위는 사행행위와 같이 행위중독을 야기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명확히 규명된 바 없다”라고 발표했다.

이동규 지스타 세미나 총괄간사(동아대 교수)는 “게임산업 진흥 전략이 동력을 잃고 불필요한 규제이슈로 인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게임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게임은 더 이상 보호자와 규제자 입장에서가 아닌 이용자 입장에서도 조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이러한 게임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모적인 논쟁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게임 이용 실태와 게임 이용자인 청소년 및 이들의 보호자인 부모가 게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이고 포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게임학회(학회)는 지스타 기간에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조속히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중독법 반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학회는 “행위 중독 범위로 정의되는 단계에 있는 게임의 경우, 물질 중독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없다”며 “이는 평등성과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진단법에 기초한 것은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법안을 지적했다. 또 “헌법 10조 행복추구권에 위배될 소지가 크며 국가의 통제가 개인 행복추구권에 미친다는 점에서 정당성도 문제가 된다”고 재차 문제점을 꼬집었다.

한편 올해 지스타 야외전시장에서는 ‘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이 진행돼 행사 마지막 날 15시 기준으로 1만3000명(누적)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이대호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