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2014년 CES 관전포인트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새해 벽두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쇼(CES)에 글로벌 전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년 초 열리는 CES는 그해 전자산업계의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주최 측인 전미가전협회(CEA)는 올해 CES에 전 세계 3200여개 기술 업체들이 참가해 오디오, 비디오, 모바일, 자동차 등 15개 제품 분류에서 2만가지가 넘는 신제품, 신기술을 전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매년 초 저마다 다른 신제품, 신기술을 품고 CES 참가하는 이유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기 위함이다. 2013 CES 운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CES를 찾은 업계 전문가 3만6206명 중 43%는 기업의 고위경영진이었고 15%는 최고경영자(CEO) 및 기업주(오너)였다. 3만6206명 가운데 약 3분의 1이 신제품 구매나 다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담당한 최종정책결정자들이었다. 다수의 정책결정자들이 찾는 CES는 혁신 기술과 제품을 가진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업계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
올해 CES에선 경쟁에 뒤쳐져 고전하거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부활찬가’를 부르고 있는 기업의 수장들이 기조연설에 나선다. 왕년의 강자였던 이들 기업이 어떤 비전, 어떤 전략으로 향후 사업을 이끌어나갈 것인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CES 기조연설자로 나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관한 인텔의 제품, 기술, 솔루션을 소개한다. 모바일 칩 시장 대응이 늦은 인텔은 세계적인 PC 출하량 감소로 최근 매출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인텔 역사상 최대의 위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PC 시대를 이끈 인텔이 모바일, 그리고 IoT 시대에도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까.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의 기조연설도 눈여겨볼 만 하다. 히라이 가즈오, 마리사 메이어 CEO는 침체된 회사를 부활시킬 구원투수로 평가받는다. 소니는 TV와 스마트폰, 콘텐츠 사업의 재건, 야후는 구글과 차별되는 신규 모바일 서비스 확대 등이 당면 과제다. 시스코는 IP 기반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강자로 지배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커머디티화(상품의 일용품화)에 따른 지속성장 한계 우려로 최근 IoT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어떤 사업 방향을 제시할 것인가.
TV 분야는 성장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 TV 시장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선진국에선 평판TV 보급률이 90%를 웃돌면서 신규 수요가 줄어든데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성장률도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TV 업계의 리더들이 교체 수요를 불러일으킬 만한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한 점도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기술, 시장의 한계를 혁신으로 뛰어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삼성과 LG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TV 업체들은 올해 CES에 어떤 신제품, 신기술을 내놓을까. 풀HD 대비 4배 높은 해상도의 울트라HD(UHD) TV가 신규 혹은 교체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올해 CES에서 눈여겨볼 테마는 IoT와 3D프린터다. IoT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시대를 넘어 부품, 완제품, 서비스, 인프라 분야의 대성장을 불러일으킬 새로운 동력으로 업계는 인식하고 있다. CES는 올해 리스트레볼루션(WristRevolution), 피트니스테크(FitnessTech) 테크존을 마련했다. 이곳 테크존에선 스마트워치를 비롯 사람의 일상 활동을 모니터링한 뒤 피드백을 주는 디지털 피트니스 제품이 대거 전시되며 IoT 시대의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자동차 분야는 신기술 적용 속도가 더딘 편이지만, 넓은 범위에선 IoT 분야에 속하는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의 민주화’를 이룰 3D프린터 역시 IoT와 함께 올해 CES에서 가장 핫한 전시 품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3D프린터 기업인 3D시스템즈를 비롯한 9개 기업은 3D프린팅테크존에서 3D프린터와 기술을 시연한다. 3D프린터를 통한 제조업의 민주화, 혹은 집단지성 시대가 열리면 기존 제조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취하게 될 지 관심이 간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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