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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강조되는 ‘위기감’ .... 삼성, 고강도 혁신안 나올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새해들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2일과 3일 개장 이틀동안 급락하면서 ‘시가총액 11조원이 날라갔다’는 언론 보도들과 ‘삼성을 보는 시장의 눈이 냉정해졌다’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삼성의 분위기는 여느때처럼 평온하다. 오히려 지난달 29일 입국했던 이회장이 언제 다시 외유(?)에 나설 것인지, 또 오는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4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지 정도가 실질적인 관심사다. 다만 현재까지는 CES2014 행사기간중 삼성의 내부 일정 때문에 이회장뿐만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도 CES2014 행사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와는 별개로 그룹 주변에선 지난 2일 삼성그룹 연찬회를 통해 전문이 공개된 이건희 회장의 신년사에 대한 해석을 놓고 미묘한 분위기가 여전히 교차하는 분위기다. 이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유난히 강조한 ‘위기론’의 강도 때문이다.

실제로도 “최근 몇 년간은 ‘위기’라는 단어가 ‘긴장하라’는 정도의 선언적인 뉘앙스로 인식됐지만 올해는 그룹내 세세한 부분까지 터치함으로써 강도가 다른 것 같다”는 게 삼성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위기경영, 예년과는 다른 긴장감 = 물론 이회장의 신년사에서 ‘위기’라는 단어가 빠진적은 거의 없었다. 위기를 항상 염두에 둔다고 해서 일각에선 이회장을 ‘비관의 경영자’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 2007년 ‘샌드위치 위기론’ 은 유명하다.

일각에선 이회장이 20년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할 당시의 위기감과 같은 수준으로 보기도 한다. 삼성의 제조공정 라인에서 제품규격이 맞지않은 불량 세탁기를 칼로 깍아내는 내용을 담고 있는 비디오를 본 이회장이 대노해 사장과 임직원을 120여명을 프랑크푸르트로 긴급소집, 위기론을 설파하고 이후 품질경영 등 과감한 혁신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유명해졌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삼성그룹내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두드러진 실적을 거둔 회사가 없다. 삼성전자도 4분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미 연초 주가하락의 원인을 제공한 바 있다. 실체가 있는 위기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사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번에도 ‘위기감’을 타개할 구체적인 실체적 주문이 뒤따르게 될지의 여부에 맞춰지고 있다.

앞서 삼성그룹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지난 12월초에 이뤄진 삼성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실적주의, 성과주의에 대한 결과물이며 근본적인 위기감 타개의 해결책으로 평가하지는 않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 CEO의 계열사 배치를 통해 ‘혁신의 DNA’를 전파하겠다고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해보인다는 평가다.

또 최근에는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지분통폐합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이는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해 생각해볼 문제여서 ‘혁신’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올해 CES 2014에서 삼성이 보여줄 ‘웨어러블 컴퓨팅’ 등 새로운 혁신적이 기술도 물론 참작은 되겠지만 역시 그것만으로 삼성의 미래가치를 모두 대변하기에는 부족하다.

◆ ‘신경영선언 이후’ 삼성에서 일어난 일 = 복기해보면 위기를 인식하고 그 해결방법을 찾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걸린다. 1993년 신경영선언 이후 삼성은 질(質)경영, 자율경영체제, 초일류경영, 근무시간 조정, S급인재 영입강화, 글로벌 경영전략 강화 등 혁신적인 조치들이 시차를 두고 몇 년에 걸쳐 도입됐다.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는 이른바 ‘7.4제’는 업무의 양을 줄여주되 궁극적으로 질을 높이기위한 차원에서 시도된 대표적인 사례다.

위기감이 어느때보다 강조됐다고는하나 당장 파격적인 변화가 쏟아질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위기감이란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20년전과 지금을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고 위기극복의 방법론도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영의 범위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신경영선언을 할 당시의 삼성은 월드베스트를 꿈꾸는 변방의 추격자였지만 월드베스트의 자리에 오른 지금엔 훨씬 더 복잡하고 정치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내부적으론 3세 경영승계 구도와 지배구조의 개편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제2의 신경영 선언’ , 파격변화 불가피? = 이 회장의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워딩은 ‘기존 프로세스의 탈피’이다. 신경영 20년을 지탱해왔던 여러 제도들을 다시 손봐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혀지기 때문이다.

이회장은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 걸음인 사업도 있다.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내자’고 강조했다.

삼성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시장에선 삼성의 행보에 너무 많은 복선을 깔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이회장이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의 탈피’를 주문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대로 실행에 옮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조직개편, 사업부문 개편, 적자사업의 과감한 정리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말그대로 관측에 불과할 뿐이다. 삼성의 올해 행보가 어느때보다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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