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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닷 TV를 둘러싼 삼성과 LG의 복잡한 속내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 출시할 퀀텀닷(Quantum Dot, QD) 기술이 적용된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유닛을 적용한 LCD TV처럼 시장에 ‘붐(Boom)’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고,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QD TV를 모두 상처 없이 운용해야 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QD TV 마케팅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QD TV는 ‘양자점’ 혹은 퀀텀닷으로 불리며 수 나노미터(nm) 크기의 구 형태 반도체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내는 발광 특성을 갖고 있어 LCD TV에 적용할 경우 OLED TV 못지않은 색재현성 구현이 가능하다.

참고로 일반 화이트 LED 백라이트 LCD TV의 색재현성은 NTSC 기준 73%, S-RGB 기준 95% 수준이며 퀀텀닷성능향상필름(Quantum Dot Enhancement Film, QDEF)을 적용할 경우 이를 100% 이상 혹은 100%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색재현성 하나만 가지고 화질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화면크기, 해상도, 시야각, 응답속도, 명암비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야 화질이 높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 이 가운데 LCD TV는 자체발광이 불가능한 액정의 배열상태를 이용해 화면을 구현하며 그동안 다양한 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상도는 이미 울트라HD(UHD)를 지원하며 시야각과 응답속도, 명암비도 마찬가지다. 백라이트유닛이라는 부품 없이 유기물질로 자체발광을 이용하는 OLED TV와 비교했을 때 색재현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QD TV가 상용화되면 이런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당장 OLED TV에 관심이 없는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QD TV를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커브드(곡면), 벤더블(가변형), UHD 등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충분히 구축한 만큼 새로운 승부수로 제격이다. 문제는 QD TV의 마케팅 포인트다. 지난 10월 30일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서 LCD를 사용하면서도 마치 LED를 쓴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들었다는 내용의 소장을 다수의 소비자가 제출한바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해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 LCD는 말 그대로 CRT(Cathode Ray Tube)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와 같이 화면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이고, LED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LCD 뒤에서 작동하는 백라이트유닛이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가 지적한 것도 이 부분이다. 자세한 기술적 내용을 넣지 않아 LED TV가 마치 LCD를 대체한 것처럼 만들었다는 것. 이런 식으로 따지면 QD TV는 다음과 같이 표기해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UHD 해상도 지원에 QDEF를 더한 LCD에 LED 백라이트유닛을 더한 TV’라고 말이다. 여기에 곡면이나 가변형이 더해지면 명칭은 더 복잡해진다.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따지면 어떤 기술이 들어가던 모두 LCD TV다.

LG전자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제까지 OLED TV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 색재현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LCD TV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QD TV는 다양한 화면크기 적용이 손쉽다. OLED TV는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진다. UHD는 65인치 이상부터 제공되고 풀HD는 55인치에서만 맛볼 수 있다. 더구나 LG전자 QD TV는 곡면이나 가변형이 아닌 평면이다. 애초에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곡면 TV 시장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점, 주력으로 삼고 있는 IPS(In-Plane Switching) 패널 특성상 곡면 구현이 쉽지 않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 결과다.

또한 물량 확대에 어려움도 겪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다우케미칼과 한솔케미칼로부터 카드뮴이 포함되지 않는 QD 재료를 공급받고 QDEF로 제작, 이를 완성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LG전자의 경우 다우케미칼에만 의존하고 있어 QD TV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 대웅이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OLED TV와 어떻게 차별화를 둘 것인지 마케팅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중국 업체가 QD TV에 발을 담그고 있고 내년 물량 확대에 나선 삼성전자, LG전자도 이에 뒤쳐질 이유가 없다”며 “당장 대중화는 어렵지만 프리미엄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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