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700MHz 논란

윤상호

- 700MHz 통신 할당 흔들기 도 넘어…국회, 국가 경쟁력 차원 고심 필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얼어붙은 정국에도 불구 여야가 한 목소리인 몇 안 되는 사안이 있다. 그 중 하나가 ‘700MHz 주파수 방송 우선 할당’이다. KBS MBC SBS EBS의 초고화질(UHD) 방송용 주파수로 700MHz를 주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는 당초 통신 우선 할당을 추진했지만 방송사와 국회의 압박에 갈 길을 잃은 형국이다.

정부와 통신사가 700MHz 주파수를 통신이 써야 한다는 근거는 날로 증가하는 데이터 사용량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3세대(3G) 이동통신에서 4세대(4G) 이동통신으로 일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통신 이용 행태가 변하며 데이터 사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4년 전 대비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500배 증가했다.

주파수를 둘러싼 논란은 일반 국민에겐 쉽지 않은 주제다. 방송은 곧 언론이기도 하다. 방송 뉴스를 통해 당위성을 주장하면 그러려니 하기 쉽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리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삶의 질과 직결된다. 주파수 용도는 한 번 정하면 함부로 바꾸기 어렵다.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국제적 흐름은 어떨까. 700MHz를 UHD에 할당하려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세계 최초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나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700MHz를 통신용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웃나라와 전파 혼선에 따른 문제나 세계 표준에서 벗어나 생기는 차별 등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해 희생해야 할 갈등과 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방송사는 다르다. 독자적 방송 방법이 있을 경우와 없을 경우 입지는 매우 다르다. 주파수가 없으면 이들 역시 방송채널사업자(PP) 중 1개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동통신 이용자는 전체 인구를 넘었다. 주파수가 부족하면 무선 통신은 품질이 떨어진다.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동시에 최강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ICT산업 전반이 흔들린다. 사물인터넷(IoT)이나 ICT융복합 등 통신의 중요성은 미래 사회 더 커지면 커지지 줄어들지 않는다.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낼 사안은 이런 것이 아니다. 정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여론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할 것도 이런 것은 아니다. 무엇이 국가 경쟁력과 국민을 위한 것인지 답은 이미 나와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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