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망중립성 논란…제로레이팅 사례로 불붙을까?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2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자와 이용자는 인터넷통신망에서 동등하게 다뤄져야한다는 내용의 ‘망(網) 중립성(net-neutrality)’ 강화 규정을 확정했다. 곧바로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에 대해 속도 차이를 두는 것이 합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같은 망중립성을 가지고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온 셈이다.
망중립성은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며 논란이 가중됐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와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ICP)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2012년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차단, 곧바로 이어진 이동통신사의 카카오톡 m-VoIP 서비스 ‘보이스톡’ 품질저하 등이 겹치며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이동통신사들이 일정 요금제 이상에 따라 m-VoIP 데이터를 제공하고 3세대(3G)에서 롱텀에볼루션(LTE)으로의 급속한 이동통신망 전환,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 등이 겹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제로레이팅(Zero-Rating)’으로 인해 다시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로레이팅은 ISP가 ICP와 제휴를 맺고 특정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내지 않는 사업모델이다. 자사 서비스도 이에 포함된다. 예컨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동영상·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데이터 요금이 면제되거나 할인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KT가 다음카카오와 손잡고 내놓은 다음카카오팩과 같은 부가서비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해외에서 제로레이팅은 ISP가 특정 서비스에 대해서만 특혜를 주는 것이어서 인터넷통신망에서의 차별을 금지한 망중립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통신망이라는 공공재를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사가 이해관계에 맞춰서 대상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련한 부가서비스가 많아질 경우 ‘콘텐츠 파편화’에 따른 인터넷의 개방성이 상실될 우려가 있어서다. FCC 톰 휠러 위원장이 “인터넷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수단이며 이동통신사가 관련 규정을 만들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이런 면에서 페이스북의 ‘internet.org’ 프로젝트의 망중립성 논란 해결 방법도 눈여겨 볼만하다. 당초 페이스북은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국가의 사용자를 위해 internet.org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관련 앱에 페이스북의 특정 서비스를 탑재하고 데이터 요금을 받지 않도록 했다. 그러자 페이스북이 선정한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서비스 간에 차별이 생긴다는 논란이 일었다.
뉴욕타임즈, 포브스와 같은 유력 외신은 internet.org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페이스북이 다른 지역으로 시장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일부에 접속하게 되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망중립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페이스북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조건만 갖추면 어떠한 서비스도 internet.org 앱 내에 참여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일정한 비용을 추가로 내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해서 일정 용량 내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거나 다른 업체에게도 해당 부가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페이스북 사례에서처럼 특정 서비스만 포함시키면 망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다만 이동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에서 어느 정도 원하는 결과, 그러니까 3G에서 LTE로 넘어가면서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한 공정사용 정책(Fair Use Policy)을 원하는 대로 적용됐고 m-VoIP에 대한 속도 차이를 두는 것이 합당하다는 법원의 1차 판결을 받아냈기 때문에 얼마나 공감대를 가지고 접근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삼성전자, 다음카카오 등 과거 망중립성으로 갈등을 빚었던 업체와 부가서비스 제휴를 맺은 상태여서 제로레이팅에 대한 입장차이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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