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중단-재개 반복…지상파-케이블, VOD 협상 가시밭길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간 VOD(주문형비디오)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상파의 공급중단 선언에 케이블TV의 광고중단 대응, 다시 공급재개, 협상시한 연장 등이 반복되고 있다.
당초 2월말 마감이었던 협상시한은 이달 18일로 연장됐다. 올해 들어 협상 재개 및 연장은 벌써 3번째다. 이번에는 지상파가 VOD 공급을 중단하지 않고 협상연장을 통보했다. 공급중단이 몇 차례 반복되고 정부가 중재에 나서다 보니 양측모두 협상결렬을 이유로 서비스 중단카드를 쓰기에는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도 VOD 공급중단 여부와 상관없이 광고중단 카드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협상기간이 연장됐지만 여전히 협상타결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양측의 입장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 VOD 협상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VOD 이외의 다른 변수들이 개입되면서 타결이 늦어지고 있다. VOD 대가 협상 자체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다. 올해부터 무료 VOD에 대해 가입자당대가(CPS) 93원 적용, 2015년분 전년대비 15% 인상 등 가격과 관련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를 케이블TV가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별 SO(종합유선방송사)에 대한 VOD 공급중단 이슈가 있지만 소송중인 사안이다. 올해 법원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법의 판단을 따르면 된다.
지금까지 VOD 계약의 걸림돌이 개별SO에 대한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실시간 방송에 대한 CPS,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방송 수신이 가능한 8VSB(8-Vestigial Side Band) 가입자, 대형 스포츠 이벤트 대가 등의 문제가 결부되며 실타래가 더욱 꼬여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실시간 CPS와 VOD, 8VSB 등을 포괄하는 협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VOD와 실시간 방송 협상을 연계시키려는 이유는 최근 법원의 판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지상파 방송과 개별SO에 대한 재송신대가 관련 소송에서 서울지방법원과 청주지방법원은 실시간방송 CPS를 각각 190원 170원만 인정한 바 있다. 과거처럼 실시간 CPS 계약만 추진할 경우 법원 판결에 따른 계약단가 인하 압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는 실시간 CPS에 VOD, 8VSB 등을 묶어 월 CPS 400원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는 VOD 협상과 실시간 CPS 협상은 별개이며 현재 CPS 280원을 법원 판결 수준만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명확한 근거 없이 280원을 지불해왔지만 법원이 재송신에 따른 유료방송의 역할을 인정한 만큼, 대가인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쪽은 대폭적인 가격인상을 추진하는 반면, 다른 한 쪽은 큰 폭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절충점을 찾기에는 희망가격이 너무 차이가 크다.
한 SO 관계자는 “실시간방송 CPS에 8BSV, 올림픽 등에 대한 재송신 대가 협상과 VOD 협상을 묶어 가격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법원 판결이 200원 이하로 나왔는데 어떻게 400원에 계약을 맺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정부나 공인된 기관에서 콘텐츠 대가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로의 가치를 정확히 산출해야 합리적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시청률, 가입자, 재무상태 등이 다른데 현재는 일률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며 “콘텐츠 가치와 플랫폼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툴이 제시된다면 협상도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사업자간 자율협상을 우선시하고 있지만 협상 및 대가와 관련한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재송신협의체에서는 대가산출과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도 의무재송신 채널지정 및 재송신대가 산출과 관련한 방안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 된 바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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