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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알파고 쇼크’가 우리 사회에 보약이 되려면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2주간 대한민국은 ‘알파고 쇼크’에 휩싸였었다.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입신의 경지라는 프로 9단도 몇 수 접고 들어갈 수준이었다.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역전승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인간이 퀴즈, 체스에 이어 바둑마저 AI에 졌다는 충격이 제법 길게 갈 뻔했다.

이번 대국을 두고 ‘구글 좋은 일만 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대국 전후를 비교했을 때,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무려 58조원 이상 늘었다. 구글이 이 9단에게 지급할 대전료와 1승 상금이 2억원 정도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러나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세기의 대결이 바로 안방에서 펼쳐진 덕분에, 우리 사회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정부도, 기업도 인공지능(AI)에 크게 관심을 두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기술 중 하나가 바로 AI다. 놓쳐서는 안 될 분야인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는 지난 2014년, 구글에 인수된 영국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구글이 투자 지원하면서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고 결국 AI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과가 나오게 됐다.

이제 국내에서도 기술 기반 스타트업, 기술창업에 주목할 때가 됐다. 수년전부터 나온 얘기다. 딥마인드의 사례가 국내에서 나오려면 자기 분야에 정통한 박사급 인재들이 창업할 수 있는 토양이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이와 관련, 기술 기반 스타트업 투자를 하고 있는 케이큐브벤처스의 김기준 파트너는 “국내에 글로벌 수준의 리서치업체와 대기업 연구소들이 많지만 내부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해야지 하고 나오기엔 쉽지 않다”고 현황을 전했다.

국내엔 한 분야의 연구를 깊게 파는 분위기도, 이러한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고 인수할 업체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김 파트너의 설명이다. 여기에 투자사들은 게임이나 서비스 기반의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도 ‘사업화해서 언제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여러 주체들이 보는 방향과 원하는 바가 조금씩 어긋나다보니 국내에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변화를 꾀하려면 정부가 중소기업청의 팁스(TIPS) 같은 프로그램을 확대해 기술창업의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건강한 협업 모델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지원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이제 게임과 서비스 기반 스타트업과 함께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도 조명을 받을 때가 됐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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