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두려워 할 필요 없다”…전문가 4인 대담
- 한국포스트휴먼학회 주최, 철학·공학·법학 등 전문가 참여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전문가 시사대담이 지난 13일 포스코P&S타워 법무법인 민후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시사대담은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 인공지능의 윤리와 우리 사회의 나아갈 길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대담 부제는 ‘알파고와 함께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시대, 인간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이다.
이 자리에는 백종현 한국포스트휴먼학회 학회장(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철학회 회장), 오준호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센터장(카이스트 로봇공학과 교수), 정원섭 철학문화연구소 포스트휴먼센터 센터장,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가 참석했다.
◆왜 구글은 바둑을 선택했을까=백종현 학회장은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인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인간의 지능이라는 게 무엇인지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대담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오준호 센터장은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뉴럴네트워킹, 즉 신경회로망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을 가리키는 것”이라며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 방식을 사용해 바둑을 두는 기계가 알파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딥러닝은 입력되는 정보가 명확하면 할수록 학습에 유리하다. 예컨대 음성인식은 입력정보가 매우 불분명한 반면에, 바둑은 입력되는 정보가 매우 명확하다”고 구글이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로 바둑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3일 열린 4차 대국에서 이세돌9단은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이전 3국까지는 연거푸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알파고는 바둑 기사라면 두지 않았을 수를 여러번 두면서 이9단을 혼란스럽게 했고, 이는 3연승으로 이어졌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김경환 변호사는 “이번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된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인류가 기계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은 대중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줬다.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1984년 작)처럼 스카이넷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날이 머지 않아 올 것이라는 농담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오 센터장은 “알파고는 사칙연산과 비교를 할 수 있는 기계일 뿐, 영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결과를 두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인공지능 발전사 60년을 보면, 메모리가 늘어나고 계산속도는 빨라졌지만 그것이 전부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이 바뀔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인간과 알파고는 무엇이 다른가=이날 시사대담에서는 인간의 지능, 그리고 로봇의 지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백 회장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세가지 심적요소는 지정의(知情意, intellect, emotion and volition)로 나뉘어져 있다. ‘인공지능’에서 지능이란 ‘지’ 부분만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 중 감성과 의지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거라면, 그것은 인공‘인’이지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하지만 지능은 인간의 능력 전부가 아니다. 또한 지능은 그 안에서도 사고력, 학습력, 판단력 등 여러 능력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 센터장은 “로봇의 지능은 인간과는 다르다”며 “사람은 문제는 이해하지만 답을 모른다. 반대로 로봇은 답은 알지만 문제를 모른다”며 “로봇이 똑똑하다는 건 답을 잘한다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센터장은 로봇의 지능은 사람의 지능과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수집해서 이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린다. 즉, 수많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결론을 도출한다”라며 “반면 사람은 직관이 있고 전체를 이해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것만 보고도 순간적으로 상황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포스트휴먼이 될 수 있을까=‘인공지능은 포스트휴먼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4명의 대담 참석자 모두 ‘아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백 회장은 “‘포스트휴먼’이라는 명칭을 달기 위해서는 자기인식, 자기목표 설정 능력, 책임능력 등이 있어야 할 것이지만, 지금의 인공지능은 그 어떤 의미로도 휴먼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번 대국을 계기로 사람에게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포스트휴먼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알파고의 빅데이터를 통한 추론 방식이 사람의 추론 방식보다 더 정확한 면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 센터장은 “(김 변호사 의견에) 동의한다. 추론은 알파고가 더 나을 수 있으나 창조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윤리적인’ 인공지능 나올까=윤리적인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김 변호사는 “인간의 학습능력 메커니즘을 분석해서 알파고를 만들었다면, 인간의 윤리적 메커니즘도 분석해서 윤리적 인공지능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화두를 던졌다.
백 회장과 오 센터장은 인공지능 제작자의 윤리성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반영될 수 있으므로 윤리적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원섭 센터장은 “윤리 문제를 이해관계의 극대화 내지 공리주의로 풀려고 하면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나은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리주의는 윤리학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이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계산작업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한다면 이걸 윤리적 인공지능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인공지능, 인문·사회학적 영향평가 필요=신기술이 등장하면 국가에서 이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된다. 하지만 신기술 자체에만 초점이 잡히고, 해당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백 회장은 “인공지능에 대한 국가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기술영향평가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사회적인 영향평가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한쪽에서는 기술보고서가 나오고, 한쪽에서는 그 사회적 효과나 영향을 분석해서, 입법자들이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보고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연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포스트휴먼학회는 정보기술(IT), 인문학, 로봇공학, 의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각 분야가 융합되는 미래 사회를 준비하고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출범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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