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전문가 CPS 하락평가 불구 재송신대가 오히려 상승하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분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유료방송이 지상파 콘텐츠를 재송신할 때 저작권 측면에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적정한 대가수준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실시간 재송신 대가는 가입자당(CPS) 280원이다. 2008년 IPTV 업계와의 협상에서 결정된 이 금액은 지금까지 통상이용료 개념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CPS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KBS, MBC, SBS 등 각 방송사마다 시청점유율이 다르고 유료방송 역시 가입자 규모, 이익수준 등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280원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법적분쟁에서 법원이 CPS 280원을 인정하지 않는데다 법원이 의뢰한 전문가 감정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상파 방송사들은 주문형비디오(VOD)를 포함해 CPS를 4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방송의 디지털전환, 갈등의 서막=과거 아날로그 방송 시절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케이블TV)간 갈등은 없었다. 서로가 보완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케이블TV는 가입자를 유치하려면 킬러콘텐츠인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지상파는 열악한 송신환경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케이블TV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이 지금보다 꽤 괜찮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디지털전환이 이뤄지고 IPTV 론칭, CJ의 대형화, 종합편성채널 등장 등으로 방송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점유율은 하락했고 광고매출까지 떨어졌다. 반면 유료방송 및 PP들은 꾸준히 성장했다.
지상파 방송 매출감소는 그동안 수면아래 있던 콘텐츠 재송신 대가를 부상시켰다. 법적공방은 물론, 짧았지만 지상파 방송의 송출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지상파는 유료방송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각 사당 280원을 유료방송사들로부터 받고 있다.
◆지상파 지속적인 대가인상 추진=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대가 상승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성과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IPTV 대가를 인상했다가 유료방송이 아예 송출을 중단하며 가격인상 시도가 무산되는 듯 했지만 주문형비디오(VOD) 대가 갈등에서는 우위를 점했다. 3주 지난 무료VOD의 경우 연간으로 콘텐츠 대가를 지불했지만 이를 가입자당 받는 CPS 개념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고 가격인상도 관철시켰다.
여기에 더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VOD 대가 협상과 실시간 방송 CPS 협상을 연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CPS 280원을 VOD 대가 포함해 4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인데 5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텐츠 영향력 떨어지는데 가격은 왜 상승?=하지만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TV간 법적소송에서 CPS 280원은 잇달아 부정되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3부가 한양대 경제학부 윤충한 교수에 의뢰해 진행한 지상파 방송 콘텐츠 재송신료 감정결과도 280원의 60%인 170원이 적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콘텐츠 가치, 즉 재전송 대가는 시청률·광고매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과 광고매출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재송신료를 처음 받기 시작한 2008년말과 비교해 2015년말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률은 약 25% 감소했다. 광고수입은 실질가격 기준으로 2002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14년에는 절반으로 줄었다. 미디어 대체 현상으로 TV시청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송사업자들의 시장진입으로 다양한 콘텐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지상파 채널의 독점력도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영향력은 떨어지고 있는데 왜 대가는 인상되는 것일까.
디지털방송 초창기에는 한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과 계약하면 다른 사업자가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IPTV 입장에서는 더운밥찬밥 가릴 처지가 아니였고 협상력도 떨어졌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한 사업자가 계약하면 다른 사업자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여기에 유료방송사들이 대부분 재벌 또는 대기업 계열사다보니 그룹이나 지주사에서 지상파 방송과 각을 세우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시청률과 광고가격이 콘텐츠 시장상황을 가장 잘 반영한다"며 "하지만 콘텐츠 가치를 결정하는 시장 매커니즘이 완벽하지 않아 현실에서는 시장의 압력보다 협상력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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