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먼저…돈 안 되더라도 한다”…음악포털 ‘벅스’는 어떻게 바뀔까
- 양주일 벅스 대표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해 5월 음악포털 ‘벅스’(옛 네오위즈인터넷)가 NHN엔터테인먼트(NHN엔터)에 인수된 이후 여러 변화가 있었다.
벅스(www.bugs.co.kr) 브랜드가 노출되는 TV프로그램 메인 협찬이 진행됐고 20년 만에 본조비 내한공연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음악 멤버십 ‘니나노 클럽’ 오픈, 대중음악축제 공식 협찬, 벅스TV 연말 콘서트 개최, 고음질 음원 전용 듣기 상품 출시, 삼성전자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 기본 앱 탑재 등 잰걸음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엔 양주일 벅스 대표<사진>가 있다. 오는 8월 취임 1년을 맞기 전에 이미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는 NHN티켓링크 대표도 겸하는 중이다. 앞서 화제가 된 본조비 내한공연이 양사 제휴의 결과다.
◆양주일 대표, 물리학 전공한 문과형 인간 “행복한가 고민이 먼저”=NHN엔터 본사에서 만난 양 대표는 ‘벅스’의 사업방향과 궁극적 목표에 대해 얘기하다 ‘행복’이란 단어를 꺼냈다.
양 대표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컴퓨터과학 석·박사까지 수료했다. 그 뒤 한동안 개발자의 길을 걸었지만 얘기를 나눠보니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이다. 철학과에 가고 싶었다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즐거움, 행복 등의 단어를 자주 썼다.
양 대표는 “저도 직원들도 음악을 들으시는 유저들도, 창작자들도 행복한가 이런 고민이 먼저”라며 “벅스를 즐거움, 기쁨을 줄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어느 날 한 직원이 자신에게 “제가 잘 살고 있는 것이 맞나요”라고 물었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평소 직원들과 가깝게 지내고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대표에게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만큼 양 대표는 딱딱한 최고경영자(CEO)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양 대표에게 ‘행복한 서비스’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질문하자 “돈이 안 되더라도 유저들과 함께 즐기는 소규모 이벤트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잡지나 음악백과사전을 만들어 대한민국 음악을 기록하고 싶다”며 “그 사전이 계속 남아서 애장품이 됐으면 한다. 8월이나 10월쯤에 나올 것이다. 포크뮤직을 소개할 수도 있고 클래식을 어디서부터 들어야하나요가 될 수도 있다”고 고민을 전했다.
◆음원업계 단독 2위 목표…마케팅 대폭 강화=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원유통 시장은 ‘멜론’이 점유율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단독 1위다. 2위 그룹에 ‘지니’, ‘엠넷’, ‘벅스’ 등이 포진돼 있다. 이 중 어떤 사업자가 2위라고 꼽기가 쉽지 않다. 양 대표는 현실적 목표로 “2등 가운데 지배적 사업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벅스 마케팅을 더욱 강화한다. 상반기엔 벅스 브랜드를 노출 중인 ‘일밤-복면가왕’ 프로그램이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벅스에 대한 주목도 역시 올라갔다. 올 하반기 TV프로그램 제휴를 포함해 대대적인 벅스 알리기에 나선다.
양 대표는 “벅스가 이때까지 마케팅의 중심에 서본 적은 없다”며 “지금은 미약할 수 있지만 올 하반기엔 벅스를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벅스, 고음질·사용환경서 자신감=양 대표는 벅스의 고음질 음원 서비스에 자신감을 보였다. 서비스 시기도 빨랐고 음원량에서도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벅스의 무손실 음원인 플락(FLAC) 곡수는 211만개에 달한다.
벅스의 고음질 강화는 네오위즈인터넷 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오던 서비스 정책이다. 지난 2009년부터 기획사들에게 연락해 고음질 음원 확보를 시작했다. 음질향상솔루션 래드손(RADSONE)을 유일하게 적용 중인 것도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이다.
양 대표는 “모바일 사용환경의 퀄리티도 성숙시켰다”며 “UI(사용자환경)·UX(사용자경험) 품질을 일반인들이 많이 느꼈으면 한다. 음원 관리나 리스트, 콘텐츠 등 타사대비 모바일 서비스는 벅스가 제일 낫더라는 평가가 많다”고 강조했다.
타 업계와 제휴도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앞서 BMW그룹코리아와 제휴를 통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에 벅스를 적용했으며 국내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CarPlay)’도 지원했다. 국내 유일하게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도 벅스 앱이 기본 탑재된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벅스는 콘텐츠제공서비스 품질대상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벅스, 콘텐츠 포털 구상…페이코로 엮고 사업 간 시너지 노려=양주일 대표가 이끄는 벅스와 NHN티켓링크는 모회사 NHN엔터가 야심차게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의 시장 진입의 첨병을 맡았다. 이른바 전진기지다. 먼저 자사 서비스로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회사 측 의지가 강하다. NHN티켓링크의 경우 지금은 페이코 그 자체가 됐다. 모든 거래가 페이코로 이뤄진다.
양 대표는 “페이코 아이디를 쓰면서 벅스와 티켓링크 등을 엮어가고 있다”며 “각자 서비스 경쟁력을 가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포털’이라는 양 대표의 구상도 NHN엔터가 여러 서비스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티켓링크, 웹툰(코미코), 쇼핑 등을 벅스에 넣는 것도 고민 중이다. 아직은 조심스럽다. 그는 “여러 서비스를 아우르는 포털의 모습을 갖춰나갈까 한다. 아직 초기단계”라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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