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메모리 컴퓨팅,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내세운 인텔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가솔린과 디젤처럼 화석연료를 이용한 내연기관은 오일쇼크와 같은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1차적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물론 순수 전기차(EV)와 같은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제품의 등장으로 설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연기관이 진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료를 실린더에 정밀하게 직접분사(GDI)하고 가변밸브, 재료의 변화, 터보와 같은 과급기의 도입, 배기량 축소와 같은 다운사이징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계를 극복해왔다. 친환경차가 예전보다 크게 늘었고 미래가 밝다지만 여전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이 압도적이다. 요컨대 정립된 지 오래된 이론이라고 해서 무조건 구식이 아니며 쓰임새 혹은 여러 가지 요소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얼마든지 사용자에게 큰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 1위 업체인 인텔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성장세가 도드라지고 있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평면의 한계를 돌파한 3D로의 전환을 꾀함과 동시에 플로팅게이트(Floating Gate, FG) 기반의 전통적인 기술로 승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인텔이 1위는 아니지만 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FG를 이용하는 이유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낸드플래시에서 3D 기술은 셀을 평면으로 전개하는 2D 낸드플래시와 달리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린다. 차지 트랩 플래시(Charge Trap Flash, CTF)도 주류 기술 가운데 하나이지만 인텔은 지난 25년 동안 FG를 사용해온 만큼 시장에서 검증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CTF는 셀을 묶은 어레이를 제어하기 위한 컨트롤 회로를 주변에 반드시 수평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FG는 셀 아래쪽에 배치할 수 있어 그만큼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것.

흥미로운 점은 한편에서는 검증된 기술, 또 다른 쪽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3D X(크로스) 포인트’이다. 3D X포인트는 기존 D램에 비해 같은 칩에 10배의 용량을 집적할 수 있고, 낸드플래시 비해서는 1000배의 속도와 내구성을 제공한다. D램의 빠른 데이터 접근 속도에 낸드플래시의 대용량과 비휘발성의 성질을 갖는 메모리다.

3D X포인트가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무어의 법칙’을 낸드플래시 분야에 접목했다고 봐야 한다. 3D X포인트는 전류가 흐르는 비트라인(BitLine, BL)과 데이터를 읽고 쓰는 워드라인(WordLine, WL)의 각 교차점(크로스포인트)에 메모리의 최소 단위인 셀이 위치한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블록 내 워드라인 한 줄을 다 훑어야 했다는 것과 차별점이다. 더구나 데이터에 접근할 때 트랜지스터를 거치지 않으므로 기존 대비 접근 시간이 더 빨라지고 새로운 재료를 접목해 내구성을 높였다. 간단하게 말해 낸드플래시보다 빠르고 수명이 길면서도 더 저렴한 가격에 많은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

◆메모리 혁신, 기초부터 다시 뒤돌아볼 것=인텔이 1985년 이후 사실상 접었던 메모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램과 같이 주메모리로 쓰이는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속도가 느리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대에 더 빠르고 전력소비량이 낮은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술전환이 필요하지만 비트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 어떻게든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3D X포인트는 이런 시대적 요구사항의 일환이다.

결과적으로 ‘인메모리 컴퓨팅(In Memory Computing)’의 핵심요소는 CPU와 근접에서 빠른 정보처리가 이뤄져야 하고 ‘대역폭’, ‘용량’, ‘지속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보면 인텔이 펼치는 전략이 낸드플래시를 통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같은 제품을 판매, 수익을 올리고 고성장이 점쳐지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라고도 볼 수 있으나 컴퓨팅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내연기관의 그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어떤 측면에서 반도체 미세공정의 벽을 넘어서려면 인텔과 같은 개척자의 작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공정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쏠리지만 인텔이 다소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다.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와 같이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터널링 펫(TFET)’, ‘강유전체 펫(FeFET)’,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등 어느 정도 기반 기술이 마련된 기술에 대해서도 CMOS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 여기에는 반도체 개발 역사에 있어 기존 기술을 개량해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따지고 보면 전기차도 기초적인 개념이나 기술이 크게 부족해서 대중화가 되지 못했던 게 아니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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