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ARM에 배팅한 소프트뱅크, 우리의 타이밍은?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인 ARM홀딩스를 234억파운드(약 35조2600억원)에 품에 안았다. 이번 인수합병(M&A)을 두고 사물인터넷(IoT), 서버·데이터센터와 같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인텔과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어떻게 활용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M&A를 의식해서인지 두 업체의 수장이 잇따라 자세를 낮췄다는 점이다. 손 회장은 향후 5년 동안 종업원 수를 두 배로 늘리고 본사도 영국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ARM 사이먼 시거스 최고경영자(CEO)는 “소프트뱅크와의 M&A로 투자가 늘어나고 제품의 개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모두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ARM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면서 영국 케임브리지의 3대 기술 기업은 모두 해외에서 주인을 찾았다. HP가 오토노미를, CSR(사업부 단위로 M&A)는 퀄컴과 삼성전자가 각각 사들였다. 가장 마지막에 남아있던 매물인 ARM의 경우 지난 2011년에도 M&A설이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바로 오토노미를 인수한 HP가 주인공.
당시만 하더라도 HP는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었고 유럽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이 양적완화를 추진한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M&A가 가능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당시 ARM 주가는 4.9% 급등하기도 했다.
이번 소프트뱅크와의 M&A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곧바로 진행된 대형 딜이었고 파운드화 하락을 M&A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P의 경우 환율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단순히 반도체 IP 업체 인수를 넘어서서 팜과 같은 운영체제(OS)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을 수 있다. 더불어 오토노미 111억달러(약 12조6300억원), 3COM 27억달러(약 3조700억원), 3PAR 16억달러(약 1조8200억원), 팜 12억달러(약 1조3600억원) 등 굵직한 M&A가 연달아 이어진 바람에 현금유동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도 다른 이유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영국은 제조업 기반이 상당히 취약하다. 기초적인 제조업 기반인 생활가전에서 간판 업체인 다이슨은 2002년 영국에 있던 공장을 말레이시아로 옮겼을 정도다. 그러니 영국의 실리콘밸리로 손색이 없는 케임브리지에 본사가 있으면서 전 세계적인 영향을 끼쳤던 ARM의 M&A는 나름대로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RM이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이 군침을 흘렸던 매력적인 기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어떨까. 굵직한 외국 기업의 M&A는 차지하고서라도 우리나라에서 탄생했으면서 해외에서 눈여겨보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생이 어렵다면 사와서 제대로 키우거나 거름으로 활용할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활발한 M&A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그만큼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소프트뱅크가 ARM을 통해 어떤 결과를 보이던 우리나라 기업에게 그다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기업도 사람도 타이밍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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