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해설] IoT 겨냥한 소프트뱅크…ARM 인수 나비효과는?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일본 소프트뱅크가 18일 영국 ARM홀딩스(이하 ARM)를 234억파운드(약 35조26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ARM은 ‘코어텍스’로 대표되는 대표적인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다. 중앙처리장치(CPU), 혹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를 설계해 반도체 칩에 탑재하고 라이선스와 로열티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가 ARM 아키텍처를 이용할 정도로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팹리스 업체 1위인 퀄컴부터 삼성전자, 브로드컴, NXP,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디어텍, 하이실리콘, 스프레드트럼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강자가 대부분 이용한다. ARM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칩의 수는 지난 2010년 연간 60억개에서 2015년 연간 150억개로 급증했다. 누적으로는 750억개에 달한다.

이런 ARM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전격적으로 인수합병(M&A)한다고 밝혔으니 관련 업계가 요동치는 것은 당연하다. ARM의 인수를 현 스마트 기기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제상황 고려한 최적의 타이밍=지난 2년 동안 반도체 업계는 다양한 M&A 시도가 이어졌다. 이는 산업 자체가 성숙단계에 이르러 M&A를 통한 성장에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 중국과 같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특히 대형 M&A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 NXP는 2015년 3월 미국 프리스케일을 167억달러(약 18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5월 28일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날로그 전문 반도체 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스가 미국 통신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약 41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6월 1일에는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인 알테라를 167억달러(약 19조7000억원)에 품에 안았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2013년 미국 스프린트을 인수하면서 220억달러(약 25조원)를 지불한 기록을 경신했지만, 이번 인수는 금액만 놓고 봤을 때 업계에서 가장 비싼 거래는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에 곧바로 나온 대형 M&A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운드화 하락을 M&A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였고 손정의 회장이 이전부터 눈여겨봤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지분 100% 인수가 아닌 경영권 확보일 듯=ARM은 대주주 구성이 외부로 드러나 있지 않다. 애플과 인텔이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ARM 고위 관계자는 “이번 소프트뱅크 M&A는 전체 지분이 아닌 대주주를 대상으로 이뤄졌을 것이며 경영권 확보 차원이라고 보인다”며 “그동안 ARM을 인수하려던 기업은 많았지만 소프트뱅크와는 궤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RM은 그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M&A설이 흘러나왔다. 그 때마다 ARM은 대주주 구성과 반도체 칩 아키텍처를 라이선스하는 사업 구조를 강조하며 현실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ARM을 M&A 했을 경우 독과점은 물론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어긋난다는 의미다. 또한 퀄컴을 비롯한 상위 업체는 IP를 자체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굳이 ARM이 제공하는 아키텍처를 그대로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M&A의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다르다. 이미 이동통신사를 보유하고 있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ARM과의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모든 사물에 ARM에 넣겠다는 목표=ARM의 기업 방향은 인텔이 추구하는 그것과 비슷하다. 모든 기기에 ARM 아키텍처를 넣겠다는 것. 실제로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뎀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센서,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칩에 거의 대부분 ARM 아키텍처가 필수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서버, 기지국, 데이터센터 프로세서와 같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RM과 소프트뱅크의 결합은 앞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ARM 고위 관계자는 “결국 IoT로 나아가야 한다. ARM이 추구하는 방향도 모든 기기에 아키텍처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서비스 사업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ARM의 비즈니스 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아무리 ARM 아키텍처가 많이 쓰인다고 하더라도 칩을 만들어 파는 업체도 충분한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다만 저전력, 헤테로지니어스(이기종컴퓨팅), IoT를 넘어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요소를 소프트뱅크가 품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서비스 구현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이수환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