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대선 후, 국내 IT시장 후폭풍불까…‘지도데이터’ 쟁점될듯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 구도가 예상대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맞붙는 구도로 짜여졌다. 미국 대선 결과는 전통적으로 한국의 정치, 경제 지형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올 하반기에 가장 주목해야할 '외부 변수'로 미국 대선이 꼽히는 이유다.

미국 민주당은 진보적, 공화당은 보수적 정책을 지향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제 부문에서, 두 후보 모두 강도의 차이만 있을뿐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보호무역주의'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미 정가에선 미국이 체결한 FTA 협약중 한-미 FTA를 '가장 미국이 손해를 본 사례'로 꼽고 있다. 올 연말 미국 대선 이후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 정가에서 부각되는 '한-미 FTA' 재협상론 =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한- 미 FTA 재협상' 등 한국과의 통상문제와 관련한 강경한 주장을 쏟아내고 있지만, 힐러리가 당선되더라도 이 가능성은 존재한다. 실제로 한-미 FTA 체결이후, 미국의 교역적자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이 체결한 17개의 FTA 대상국 중 한국과의 무역수지가 가장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한-미 FTA협상 체결이후, 2011년 132억달러, 2013년 207억 달러, 그리고 2015년 283억 달러로 계속 무역적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중국만 수혜를 얻는다'는 이유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지고 있는데, 그 증거로 선행모델인 한-미 FTA에 따른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적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은 통상교역 부분에 있어서 '미운 오리새끼'인 셈이다.

결국 미 대선 이후, 대선 공약에 따라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 또는 보완협상을 해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진다면 그동안 제외됐었던 여러 현안들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련하여 법률서비스 시장개방,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사용,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투명한 조사 등이 현안으로 꼽힌다. 특히 IT분야에선 한국 정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지도데이터 반출' 문제 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한국 IT시장 무역장벽 존재"... 공세 예고 = 이런점에서 올해 3월말, 미국 무역대표(USTR)가 미 의회에 제출한 ‘2016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 대선이후 미국의 통상 정책의 기류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미국 통상법 제181조에 따라 대통령 및 의회에 매년 3월말 제출하는 일종의 '무역장벽 백서'다. 미국의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유무형의 무역장벽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상무부, 농무부 등 연방정부 부처, 해외 공관, 민간 무역 자문위원회 등이 수집한 정보를 통해 작성되며 각국과의 통상협상 자료로 제시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가 규정한 무역장벽은 ▲관세, 통관장벽, 시장접근장벽 등 수입정책 ▲위생검역(SPS) 및 기술장벽(Technical Barriers to Trade: TBT) ▲자국산 선호정책, 비공개 입찰 등 정부조달 관련 차별 조치 ▲수출 관련 대출 혜택 등 수출보조금 ▲ 지적재산권(IP) 보호 미흡 ▲해외 금융기관의 금융서비스 제공 제한과 같은 서비스 장벽 ▲ 본국 송금 제한, 현지 콘텐트 규정 등 투자 장벽 ▲정부 묵인 하에 이뤄지는 반경쟁적 관행 ▲관세, 비관세 장벽 등 전자상거래(E-Commerce)를 제한하는 것 등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기술무역장벽(TBT)이 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측 IT분야 무역장벽 해소 시도.... '지도 데이터' 문제 쟁점될 듯 = 이 보고서에서 한국과 관련한 내용중 IT분야에서 몇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먼저, 'IT기기부문'에선 국가기술표준원(KATS)의 전자제품 안전인증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구체적으로는 공장별 별도 안전인증 요구, 부담스러운 라벨링 요구사항, 별도의 시험을 거치치 않은 CB(Certification Bodies’ Scheme) 보고서 접수 거부 등이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한국의 공공기관용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보안적합성 인증 절차가 CCRA(Common Criteria Recognition Arrangement) 인증을 획득한 네트워크 장비에 대해서도 추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한국 정부의 보안적합성 인증 절차가 과도한 수준이며 이는 무형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비스 분야 장벽('Services Barrier)과 관련, 미국 무역대표부는 콘텐츠, 방송, 금융및 보험, 전자상거래 등을 문제삼고 있다.

이중 주목할만것이 전자상거래(E-Commerce)부분인데, 여기에 최근 국내에서 문제가된 구글의 지도데이터 문제가 간략하게 언급됐다. '지도 정보'와 관련, 미국측은 한국이 한국 내 지도 정보(위치 기반 데이터)의 해외기업에 대한 접근(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의 진출에 장애요인이라고 보고 하고 있다. 즉, 한국 정부의 지도정보에 대한 자국 기업의 접근제한을 전자상거래의 규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안보 등의 이유를 들어 지도데이터의 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 상무 당국에서 보면 입장이 전혀 다른 셈이다. 이는 미국 대선이후, 전자상거래 부분 통상협상 과정에서 '지도 데이터'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적재산권 보호'(IPR Protection)와 관련, 미국측은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보고서는 한국은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와 집행체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미 FTA를 통해 양국이 전 지재권 품목에 대한 최고 수준의 보호 규정을 마련했으며, 한국이 주요 지식재산 창조국가로 부상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다만 온라인 저작권 침해행위,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대학 내 서적 관련 지적재산권 침해 등 몇 가지 우려사항이 남아있으며, 이에 한국 정부가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금지 대통령령을 공공기관에 재확립 시켜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해서는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국의 유관기관과 클라우드 컴퓨팅 규제와 관련 대화를 진행한 바 있으며, 한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과 관련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금융 및 보험의 경우엔 2013년 금융기관 정보 및 IT 설비 해외이전 규정이 한-미 FTA와 한-EU FTA 합의 조항을 바탕으로 마련됐으나 모호한 규정과 장기간의 승인절차가 완전 이행을 가로막고 있던 가운데, 2015년 6월 한국 금융위원회가 승인절차를 폐지하면서 장벽을 해소했다고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무역 대표부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IT설비의 해외이전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미국측은 '태양광' 부문에선 정부 지원 태양광사업에 사용되는 태양전지판에 대해 한국에너지공단의 인증을 요구함에 따라, 특정 미국산 박막필름 태양전지판의 한국 시장 진출을 봉쇄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산 태양전지판에 주로 쓰이는 카드뮴 텔루라이드에 대한 유해물질 판정도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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