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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은 왜 어린이 프로그램을 새벽에 틀어주나요?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밝히는데 종합편성채널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뉴스 이외에 드라마, 오락, 교양, 가요 순위방송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지상파 방송과는 달리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편성한 것이 최근 시청률 상승의 원동력입니다.

실제 JTBC, TV조선 등 종편4사는 촛불집회가 있는 토요일이면 거의 자정까지 뉴스를 편성합니다. 20여분 관련 뉴스 보도하고 다른 이슈로 넘어가는 어떤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과는 달리 구석구석 세밀하게 보도를 해줍니다. 보도채널이 있지만 마치 선거방송처럼 다양한 시각과 카메라 앵글, 편집 등으로 뉴스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반대로 종편이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하려면 보도에 집중돼 있는 편성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보도 비중을 늘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평상시에도 종편의 보도 비중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보도, 시사 프로그램 비중이 높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일단 제작비가 싸게 들어갑니다. 그러면서 어느정도 시청률은 보장해주고, 회사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일조합니다. 종편 출범 초기만 해도 야심차게 가요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하고 100억원을 투자해 드라마 대작을 만들기도 했지만 ROI(return on investment)가 나오지 않다보니 어느 순간 비용대비 효과가 높은 시사 프로그램에 편성이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종편에서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평가 결과에 따르면 종편4사의 2014년까지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항목은 0점이었습니다. 2015년 JTBC가 7.5점을 획득했고 나머지 3사는 동일하게 0점을 받았습니다. 올해에는 JTBC를 비롯해 대부분 종편들이 어린이 프로그램도 편성하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색 갖추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아침 7시에 왜 꼬마버스 타요를 틀어주는 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떤 종편은 새벽 3시에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편성합니다. 잠못드는 어린이들을 위해 이 시간에 편성한 걸까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 같은 편성은 시청자의 시청패턴을 깡그리 무시한 것입니다. 결국 내년 재심사를 앞두고 구색갖추기 편성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높은 재방비율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올해 상반기 TV조선, 채널A, MBN 등의 재방비율은 적게는 30% 중반에서 많게는 40% 후반대까지 기록했습니다. 외국 제작물은 단 한편도 없었고 영화, 대중음악 등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JTBC는 시간대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가장 오래전부터 애니메이션을 편성했었고 드라마에 골든디스크 시상식이나 영화 등도 방영하는 등 그래도 조금은 다채로운 편성표를 내밀었습니다.

대선, 총선, 최순실 사태 등 종편들이 주가를 올리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정치적인 관심사가 높을 때였습니다. 사업을 본격화한지 5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종합편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채로운 상차림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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