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특집/IT서비스·금융①] '4차 산업혁명' 시대,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한 때 국내 IT서비스업계는 생존의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에 주력했다.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비즈니스 성공 확률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효율을 제거하면 회사의 체질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다들 말로는 '선택과 집중'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선택해야 할 사업과 버려야 할 사업의 구분이 명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IT서비스업계에서 실제로 ‘선택과 집중’을 실천에 옮기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물론 글로벌 시장을 뚫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지 못한 IT서비스업계가 내수 시장에만 의지한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순화시키는 것도 사실 ‘위험한 도박’이긴 마찬가지다.

여기에 시장의 ‘외부 불확실성’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3년,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의 사례 처럼, 어느날 갑자기 공공IT 시장 진입이 금지되기도 한다. 이같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기업은 한 분야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수가 없다.

한때 IT업계에선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구분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경쟁이 적은 곳’을 찾으면 그곳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이 역시 많은 오류를 낳았다. 수익이 있는 곳에는 어떤 형태로든 경쟁과 진입장벽이 존재했다. 결국 지나고 보니 블루오션이란 다른데 있지 않았다. 기업이 기존 레드오션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순간 새롭게 생성되는 '시장 가치'였다.

현재 IT서비스업계는 외형상 전혀 인연이 없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어찌보면 인식의 오류다. 처음해보는 신사업이 아니라 꾸준하게 ‘IT 융합’ 전략을 준비한 결과다. 주지하다시피, IT서비스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는 물류, 에너지 분야는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레드 오션’ 시장으로 꼽히는 분야다.

'과연 기존 경쟁자들을 뚫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것은 지금 신사업에 나서고 있는 IT서비스업체들에게 던져진 가장 궁금한 질문이다.

이에 IT서비스 컨설팅 업계의 한 CEO는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많다. IT기업이지만 정서적으로 대기업 문화가 지배한다. 그들은 최소한 승산없는 싸움에 무작정 도전하지 않는다”며 “분명히 경쟁력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는 그룹 계열사의 후광 때문에 IT서비스업체들의 신사업 성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면 이는 의미있는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WS 2017' 행사
'AWS 2017' 행사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시장 뛰어드는 IT서비스업계 = 저성장, 국내시장 포화 등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IT서비스업체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IT서비스업체들은 이전과는 다른 사업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이 많은 IT서비스업체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그룹사에 대한 IT서비스를 제공해오면서 쌓아온 각 산업군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데이터 활용과 서비스에 적극 뛰어들 태세다.

IT서비스업계는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기조 아래서 자신들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습득, 또는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 확보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수·발주 위주의 구축형 사업이 IT서비스시장을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서비스형, 지능형 사업이 IT서비스업계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위해 IT서비스업체들은 ‘체질’을 바꾸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재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IT기술은 ▲빅데이터 ▲블록체인 ▲차세대 인증 ▲클라우드 ▲모바일 등으로 요약된다. 사실 이러한 기술은 이전에도 ‘ICBM’, 즉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등의 용어로 회자된 지 오래다.

그러나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 다시 각광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에 대해 IT서비스업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최근 들어 더욱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일례로 삼성SDS는 차세대 인증과 블록체인 분야에 최근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LG CNS는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SK(주) C&C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영역에서 신기술 개발과 서비스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ICT는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공장 영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한화S&C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발을 들이밀고 있다. 신세계I&C는 SSG페이를 기본으로 전자결제를 중심으로 한 O2O 영역 개척에 나섰으며 롯데정보통신도 지능형 유통사업과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IT서비스업체들은 새로운 IT기술에 대한 발굴과 이를 서비스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형태와 사업이 표면화되지 않은 만큼 IT서비스업체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와 산업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제안 형식의 사업을 발굴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이상일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