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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공시 도입·상한제 폐지…제조사도 출고가 ‘자율적’ 인하?

윤상호
- 정부, 단통법 개정 추진…시장 환경 변화 탓, 불투명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문재인 정부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통신사는 반발했다. 선택약정할인 할인율 상향 등 대부분 통신비 절감 재원을 통신사에 부담시켰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가격 인하 방안도 있다. 단말기유통법 개정이다. 제조사는 통신사처럼 규제를 무기로 ‘자율적’ 선택을 강요하기 어렵다. 장기적 시각이 필요한 부분이다.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놨다. 최대 4조6273억원 축소를 기대했다. ▲기본료 폐지 수준 요금감면 ▲요금할인 확대 ▲공공 무선랜(WiFi, 와이파이) 구축 ▲보편적 요금제 도입 등 통신비에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폰 가격 인하는 구체적 내용은 없다. 단말기유통법을 개정해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 도입, 국내외 출고가 비교 공시를 약속했다.

분리공시는 단말기유통법에 따라 지급하는 지원금을 통신사와 제조사 몫을 각각 알리는 제도다. 지금은 묶어서 통신사가 공개한다. 제조사 지원금 공개가 제조사 마케팅 전략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분리공시가 출고가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지원금이 과도할 경우 소비자 비난이 이어지고 제조사가 부담을 느껴 지원금 대신 가격을 내린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0만원 스마트폰이 있다. 출시 초반 공시지원금은 10만원. 출시 3개월이 지나자 지원금이 30만원으로 올랐다. 통신사가 가입자 모집을 위해 나선 것인지 제조사가 판촉을 위해 돈을 쓴 것인지 알 수 없다. 분리공시가 이뤄지면 다르다. 10만원일 때와 30만원일 때 모두 통신사 지원금은 5만원을 유지했다. 제조사 지원금은 5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승했다. 이럴 바엔 처음부터 80만원에 출시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먼저 사면 손해라는 인식’ 확산이 출고가 인하 압력인 셈이다.

2013년 단말기유통법 제정 당시 제조사는 분리공시에 반대했다. 명분은 ▲제조사 지원금을 공개하는 국가가 없다는 점 ▲마케팅비는 영업비밀이라는 점 ▲국내 지원금이 알려질 경우 해외 통신사도 같은 요구를 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크게 세 가지였다.

실적악화도 예상했다. 매출액 손실이 불가피하다. 출고가가 100만원이면 지원금을 덜 쓸 때는 100만원을 다 받을 수도 있지만 가격을 내리면 그 기회가 사라진다. 지원금은 영업비용이다. 출고가를 그대로 두고 지원금을 조정할 경우 100만원 매출을 올리고 25만원 비용을 써 75만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지원금을 줄이고 출고가를 내리면 80만원 매출을 올리고 5만원 비용을 써 영업이익 75만원을 획득한다. 출고가는 출고가대로 내리고 지원금은 지원금대로 쓰게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이날 정부 발표 관련 입장을 공식 표명치는 않았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삼성전자는 ‘반대’ LG전자는 ‘찬성’ 의사를 내비춰 왔다. 분리공시가 재부상은 제조사 단일대오 붕괴도 영향을 미쳤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휴대폰 사업 적자다. 돈을 쓰고 싶어도 돈이 없다. 삼성전자만 돈을 쓰게 놔둘 순 없었다.

한편 분리공시가 기대대로 스마트폰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2013년과 2017년은 시장 상황이 다르다. 2013년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애플 4자 구도가 균형을 이뤘다. 선택의 폭이 넓었다. 출고가를 내리지 않으면 생존이 불투명했다. 2017년은 삼성전자 독주체제다. 대안이 없다. 가격이 싸도 비싸도 선택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

아울러 계획대로 분리공시가 개정에 반영돼 시행할지도 지켜봐야한다. 예전도 법안엔 포함됐지만 규제개혁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행령과 고시를 통해 강제할 수 있다는 주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조사의 반대 논리도 여전히 유효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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