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부-삼성 묘한 긴장감…1위 축하에서 中투자 발언까지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비공개 회의 전에는 양측의 수장이 기분 좋게 축하인사를 나눴지만 이후에는 연구개발(R&D) 지원부터 중국 시안 공장 투자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사안을 두고 긴장감을 높였다.

먼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행사 직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업계 1위에 올라한 것을 축하하는 인사를 건넸다. 권 부회장은 “재수가 좋았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이후 백 장관이 “인텔이 웨이퍼당 가격은 더 높죠?”라고 질문하자 권 부회장은 “(품목이 달라서) 인텔이 더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같은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분류되지만 주력 분야에 차이가 있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서버, 스토리지, 클라우드 등에 걸쳐 폭이 넓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반도체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CIS), 전력반도체(PMIC), 위탁생산(파운드리)와 같이 반도체 그 자체에 더 집중되어 있다. 직접적인 경쟁은 메모리반도체 가운데서도 낸드플래시에 국한되어 있다. 파운드리도 인텔은 삼성전자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이 늦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백 장관과 권 부회장은 이후 비공개로 이뤄진 간담회에서 반도체 투자는 물론 애로사항 등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행사 직후 백 장관은 “전반적으로 공장 증설에 있어서의 협의에서 어려운 점을 이야기했다”며 “(삼성전자는) 전략적인 R&D나 연구 프로젝트, 인력을 체계적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를 언급했다. 기업과 교육기관이 협약을 맺고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는 전략이 좋은 사례라는 것. 정부 차원에서 1:1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비공개 회의 말미에는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백 장관은 권 부회장을 겨냥해 국내에도 중국만큼의 투자를 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는 후문이다. 시안 공장은 48단 3D 낸드플래시(V낸드)가 생산되고 있다. 1단계 설비투자(CAPEX) 4조6400억원, 얼마 전 2단계 투자 발표에서는 70억달러(약 7조8400억원)를 더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평택을 비롯해 화성에 신규로 공장을 지었거나 건설을 진행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아산에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공장을 마련하기로 한 상태다. 그럼에도 중국을 언급한 것은 우회적으로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더 늘리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한편 산업부는 간담회 개최에 앞서 ‘반도체성장펀드 1호 투자 협약식’을 가졌다. 대기업의 자발적 출자를 바탕으로 조성된 ‘반도체성장펀드’의 본격적 투자개시를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2000억원 규모(삼성전자 500억, SK하이닉스 250억, 성장사다리펀드 750억, 운용사 매칭 500억)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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