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창조경제와 4차산업혁명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친근하지 않다.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하고 무거운 단어도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다는 3차 산업혁명시대(?)와 무엇이 다른지 많은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찌됐든 4차 산업혁명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대부분의 정책을 관통하는 캐치프레이즈다. IT는 물론 제조업, 서비스업은 물론, 농업, 서비스 등 사회, 경제 전반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아닌 창조경제 시대에 살고 있었다. 모든 길은 창조로 통했다.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창조경제를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포장이 됐고, 전 세계 창조경제(?) 석학들이 한국을 찾아 창조경제론을 설파했다. 개발도상국은 우리의 창조경제를 배우러 왔고, 우리는 창조경제 선배라는 이스라엘을 따라가기 여념이 없었다.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예능에서도 창조라는 단어가 사용될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창조경제의 시대였다.

그랬던 창조경제는 정권교체가 사실상 확정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창조경제에게도 사형선고를 내렸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서 창조경제는 지워지기 시작했고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들은 발 빠르게 창조경제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갈아탔다. 그렇게 4차 산업혁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창조경제와 4차 산업혁명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향하는 점은 같다.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산업과 사회를 ICT로 진화시키고, 벤처 창업을 확산시키는 것 등 이들 정책이 지향하는 점은 같다. 그래서 최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하는 내용을 보고 있자면 4년전 미래창조과학부가 강조해왔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시점에서 창조경제는 실패한 정책으로 치부되고 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창조경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노력이나 예산을 들인 것에 비해 성과가 미미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동의한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됐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다. 창조경제 4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부터가 이뤄져야 하는데 같은 제품을 이름만, 포장만 바꿔서 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규제철폐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도 만만치 않게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도 많은 규제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16일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왜 스마트시티는 십수년이 지나도록 활성화가 되지 않을까. 부처간 이해관계는 언제쯤 정리 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먼저 그간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여러 좋지 않은 이유로 세상이 바뀌면 전 세대의 과오는 강조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말, 생각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과거에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아야 오늘이 나아지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창조경제하던 공무원들이 오늘 4차산업혁명 정책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창조경제 어감이 좋지 않더라고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인정하고 발전시키면 된다.

지난달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운상가에 위치한 메이커스 지원시설을 방문해 업계의 고민을 수렴했다. (4차 산업혁명은 여기에도 이름이 붙었다. 마치 이전의 창조경제처럼)

당시 간담회 참석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요구 중 하나는 “고가의 유휴 장비 좀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엄청나게 많은 장비들을 구매했는데 지금은 다 놀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 나올 때 윗사람들은 어떻게 얘기하는가. 밑에 직원들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하고 밑에 직원들은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이 같은 상황이 무한반복되고 있다.

무조건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 아니다. 고가의 장비가 창고에서 녹슬고 있는데 새로운 장비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전략이 성공하려면 창조경제 시대에 무엇을 했고, 무엇을 남겼는지를 알아야 한다. 거창한 적폐청산이 아니라 미래의 답을 찾고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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