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창간특집/SW]흔해진 외산 ‘윈백’…국산SW, 왜 강해졌나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국산 SW가 강해지고 있다. 아직 우리 스스로가 SW강국이라고 부를수는 없는 수준이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일부 국산 SW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의 평판은 좋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해 시장을 만들고, 이를 발판으로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는 국산 소프트웨어(SW)도 늘고 있다.

그동안 국산SW는 외산 주도의 IT 시장에서의 편견, 후발주자라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내공을 쌓고 시장 친화적인 솔루션으로 혁신을 거듭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산은 못믿겠다며 무조건 외산SW를 선택하던 시절은 더 이상 아니다.

최근에는 외산 SW제품을 자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대기업의 윈백(Win-back)에 성공 사례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인 더존비즈온은 지난 2003년 창립 이후 외산 ERP가 점령한 국내 시장에서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며 성장해 왔다. 특히 최근 2~3년간 국내 대기업 시장에서의 윈백 성공은 국산 SW의 경쟁력이 분명히 한단계 이상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더존비즈온은 지난해에는 매출액 2056억원을 기록, 국내 SW 업계 최초 연 매출 2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클라우드 ERP 확산이 매출에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최근 3년 동안 외산 ERP를 사용하던 기업 60곳 이상을 윈백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다른 ERP 기업인 영림원소프트랩은 우리나라 ERP 역사와 함께 성장한 기업이다.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이한 영림원은 2015년 클라우드 SaaS ERP를 선보이며 지속적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 경쟁사와도 협력하는 ‘동반자’ 전략을 내세워 시장 확대를 노린다.

국내 데이터베이스와 미들웨어 분야의 강자인 티맥스소프트, 티맥스데이터의 관계사, 티맥스오에스도 클라우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서비스형 인프라(IaaS)와 플랫폼(PaaS)를 통합한 클라우드 플랫폼 ‘프로존’을 출시했으며, 2021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도 춘천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도 짓고 있다.

시트릭스와 델 EMC,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등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공급해온 나무기술은 최근 자체 개발한 가상화 솔루션 ‘NCC’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 ‘칵테일 클라우드’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는 업체다. 특히 컨테이너 기반(쿠버네티스) 애플리케이션의 관리 플랫폼인 칵테일 클라우드는 일본, 미국 등에 공급되는 성과를 거뒀다.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기업도 많다. 국내 사용자인터페이스·경험(UI·UX) 선두기업인 투비소프트는 지속적인 R&D 투자로 시장을 확대한 기업이다. 설립 초기부터 ‘비즈니스 UI·UX’라는 제품 컨셉을 도출하고 기반 기술 확보에 매진해 왔다. 현재 기업 부설연구소를 운영하며 전체 75% 직원을 R&D 인력으로 구성했다. 현재 270여명의 인력 가운데 200명이 R&D에 매진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의 약 16~17%를 연구 개발비에 투자하고 있다.

전자문서 솔루션 개발업체인 포시에스도 R&D를 강화하는 기업이다. 2017년 기준 전체 직원의 66% 이상을 기술 본부와 부설 연구소에 집중시켰다. 그 결과 해외 확장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일본과 싱가포르에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싱가포르 지사의 경우 약 20여 개 파트너사들과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 멀리 동유럽 지역까지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서포트는 ‘원격지원’이라는 독보적인 시장 개척을 통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매출이 더 많이 발생하는 기업이다. 2017년 결산 기준 231억원의 매출 가운데 129억원이 해외 매출로, 이는 전체 매출의 56%다. 창립 1년 후인 2002년부터 일본 진출을 타진해 현지에서도 ‘원격지원’ 시장을 처음 만들었다. 이후 2012년에는 고객사였던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로부터 약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룹웨어로 유명한 핸디소프트도 현지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중국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기업 중 하나인 ‘쑤닝’과 클라우드 그룹웨어 총판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비즈니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클라우드 그룹웨어 서비스 ‘통통OA’를 중국 텐센트 마켓 플레이스 및 쑤닝 마켓플레이스에 정식 런칭하는 등 SaaS 방식 그룹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보안업체인 라온시큐어도 파이도(FIDO) 기반 생체인증 솔루션으로 동남아·일본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기업이다. 국제생체인증 표준협회인 ‘파이도 얼라이언스’ 이사회 멤버로, 구글, MS,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파트너와 최신 생체인증 기술표준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보안 전시회 ‘RSA 컨퍼런스 2018’ 내 인텔 행사장에서 유일한 국내 기업으로 라온시큐어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1989년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 1.0’ 발표했던 국내 벤처 1호 기업 한글과컴퓨터는 주력 제품인 ‘한컴오피스’를 넘어 최근 스마트시티, 블록체인 등의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개인안전장비와 임베디드SW, 보안업체 등을 인수하며 현재 16개 기업으로 구성된 5000억원 매출 규모의 그룹으로 도약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시장경쟁력을 확보한 ▲더존비즈온 ▲티맥스오에스 ▲포시에스 ▲한글과컴퓨터그룹 ▲알서포트 ▲영림원소프트랩 ▲투비소프트 ▲나무기술 ▲라온시큐어, ▲핸디소프트 등 ‘강한 국산SW 업체’ 10곳의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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